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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樣年華 무슨 일이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는 법칙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은 언제나 자신을 드러낼 가장 좋은 시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시기는 평생에 한 번 반드시 오는 법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시기에 그들을 받아들일 용기를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그것으로 인해 세상의 빛깔은 조금씩 흐려져간다. 나는 얼마나 흐려진 세상에서 살아왔던가. 내가 갖고 싶었을 때 가질 수 있었던 것들을, 내가 만나고 싶었을 때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 내가 갈 수 있던 곳들, 그들은 이미 내 인생 밖으로 사라졌다. 지금 그들이 내게로 돌아온다고 해도, 나는 그들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한때 그토록 애타게 갈망했던 것들과 함께, 세상의 빛깔들은 사라져 갔다. 그것은 .. 2020. 7. 18.
괴산 이만봉&시루봉 이만봉 능선의 솔나리는 듣던대로 개체수가 엄청났다(진사들도 많았고) 절정의 시기는 지난 듯 일부는 지고 있었는데 며칠만 늦었으면 헛탕칠 뻔 했다 솔나리만큼이나 많은 뱀들.. 꽃 보고 함부로 손을 내밀었다가는 물리기 딱 좋다 솔나리 근처에서 본 뱀만도 6 마리.. 장마철 비오고 난 후엔 파충류들이 몸을 말리기 위해 나오는 법이지만.. 이산의 뱀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꽤 많은 산을 올랐지만 이런 산은 처음.. 저수지 제방 위에 진입로가 있는 것이 참으로 독특하다 암튼 솔나리도 실컷 보고 다른 산에선 보기 힘들었던 병나리난초나 나나벌이난초도 관찰할 수 있었으니 보람이 있었던 산행. 2020. 7. 18.
남원 구룡계곡 우산 없이 학교 갔다 오다 소낙비 만난 여름날 네 그늘로 뛰어들어 네 몸에 내 몸을 기대고 서서 비 피할 때 저 꼭대기 푸른 잎사귀에서 제일 아래 잎까지 후둑후둑 떨어지는 큰 물방울들을 맞으며 나는 왠지 서러웠다 뿌연 빗줄기 적막한 들판 오도 가도 못하고 서서 바라보는 먼 산 느닷없는 저 소낙비 나는 혼자 외로움에 나는 혼자 슬픔에 나는 혼자 까닭없는 서러움에 복받쳤다 외로웠다 네 푸른 몸 아래 혼자 서서 그 수많은 가지와 수많은 잎사귀로 나를 달래주어도 나는 달래지지 않는 그 무엇을, 서러움을 그때 얻었다 그랬었다 나무야 오늘은 나도 없이 너 홀로 들판 가득 비 맞는 푸르른 나무야 - 푸른 나무/김용택 꽤 많은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의 지리산 구룡계곡.. 굉음을 내며 쏟아져내리는 폭포와 누런 황토빛의.. 2020. 7. 14.
대불리~석기봉~민주지산~대불리 매년 한 번씩 민주지산을 찾는 건 연례행사.. 그동안은 황룡사, 도마령, 해인 산장 등 산객들이 많이 찾는 무난한 코스로 여러 번 올랐지만.. 올해는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민주지산 휴양림으로 오를 예정이었는데.. 설천면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오다 우회전을 잘 못 하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내북마을 (무주 설천면 대불리)로 들어가게 됐다 휴양림이든 대불리든 처음이니 어느 쪽으로 올라도 상관없겠지.. 하는 생각에 강행했으나 결과적으로 아주 잘못 한 선택이 되고 말았다 대불리는 산객들이 거의 찾지 않았는지 길이 엉망진창.. 장맛비에 길 여기저기가 허물어져 있었고.. 특히 민주지산에서 내북마을로 내려오는 등로는 잡목이 밀림처럼 우겨져서 헤치며 내려오는 게 완전히 노동이었다 여름철엔 절대로 가면 안 될 코스.... 2020. 7. 8.
완주 비비정 예술열차 만경강이야 낚시에 빠져 있을 때.. 구석구석 뒤지고 다녔던 곳 비비정 기차다리 아래에서도 많은 고기를 잡았었는데.. 낚시를 멀리 하면서부터 완전히 잊고 지냈다 비비정.. 오늘이 한 10 년만인가? 비비정의 예술열차와 비비낙안이라는 카페.. 소문만 들어오다가 오늘 지나는 길에 들린 것 분위기 좋고 커피맛도 괜찮고.. 삼례 주민들은 좋겠다 가까운 곳에 커피 마시면서 환상적인 일몰을 볼 수 있는 명소가 생겼으니... 누구의 삶에서든 기쁨과 슬픔은 거의 같은 양으로 채워지는 것이므로 이처럼 기쁜 일이 있다는 것은 이만큼의 슬픈 일이 있다는 뜻임을 상기하자. 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 그러니 상처받지 않고 평정 속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긴장을 잃어서는 안된다. - 은희경의[새의 선물]중에서 2020. 7. 7.
완주 모악산(구이) 모악산은 세번째 방문..중인동에서 한번, 금산사에서 한번 올랐으니.. 오늘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구이쪽을 택했다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찌푸린 상태라 조망은 포기하고.. 아기자기한 계곡산행을 위해서 천일암으로방향을 잡았다 적당한 비가 내린 뒤라.. 계곡물이 연중 가장 보기 좋은 상태..이쪽은 산객들이 드물어 오랜만에 발도 담가보고..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천일암에서 남봉으로 오르는 구간은 거리는 짧지만 상당히 가팔라서 줄 잡고 기어오르는 재미가 있었고..정상에선 남덕유산 때와 마찬가지로 비구름 때문에 아무 것도 안 보였지만.. 코스가 좀 짧다는 점 외엔 꽤 괜찮았던 코스 2020. 7. 7.
황점~삿갓봉~월성치~남덕유~영각사 일기예보와는 달리 산행 시작 한 시간 후부터 비가 내린다 장마철 예보니 맞을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었고 큰비 아니면 그냥 맞을 각오로 나선 것. 삿갓봉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앞은 보였으나 남덕유산에 이르자 비구름이 산을 완전히 덮어버리고.. 앞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계속 걷고 싶은 의욕이 사라진다 서봉을 생략하고 남덕유에서 바로 영각사로 내려와 버렸는데.. 비가 잦아서인지 싸리버섯이 많이 보였는데.. 작아서 채취는 하지 않았다 영각재 근처 야생 도라지가 많았으나.. 귀찮아서 파보지도 않고 위치만 머리 속에 입력해 두었다 원추리와 일월비비추가 피기 시작 나리종류는 아직.. 영각사~황점, 서상택시 2만원(055-963-0094) 2020. 7. 3.
낙향을 꿈꾸며 그대 사는 마을의 햇살은 아직도 그렇게 가벼운가 작은 풀꽃은 더 없이 맑게 피어 요요히 가고 일찍 나온 낮달이 하염없이 앉아 있는 콩밭머리 빈손을 툭툭 털어 흰 구름 날아오르는가. 낮은 지붕의 굴뚝마다 저녁 연기 그리운. 잊혀지지 않는다 부엌의 삭정이 타는 불빛 청경우독의 이웃들이 나누는 한 우물의 물맛과 함께 삼경이 가깝도록 도란도란 정을 포개고 주머니 속에 남은 성냥을 그어 별이 빛나는 새벽, 풀섶의 이슬에 바짓가랑이를 흠뻑 적시며 매롱이 눈뜨고 기다리는 가축들을 돌보러 나가는 그대 사는 마을의 햇살은 아직도 그렇게 가벼운가. 김석규 마을 하나가 잔잔한 슬픔으로 걸린다 인기척 내지 않는 나이의 노인네만 나앉아 멀리 숲정이 일렁이는 풍뢰를 듣는 대낮 개망초 하얗게 가고 있는 묵정밭에 새끼를 데리고 고라.. 2020. 6. 30.
마흔살의 동화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부는 바람 따라 길 떠나겠네 가다가 찔레꽃 향기라도 스며오면 들판이든지 진흙 땅이든지 그 자리에 서까래 없는 띠집을 짓겠네 거기에서 어쩌다 아지랑이 같은 여자 만나면 그 여자와 푸성귀 같은 사랑 나누겠네 푸성귀 같은 사랑 익어서 보름이고 한 달이고 같이 잠들면 나는 햇볕 아래 풀씨 같은 아이 하나 얻겠네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내 가진 부질없는 이름, 부질없는 조바심, 흔들리는 의자, 아파트 문과 복도마다 사용되는 다섯 개의 열쇠를 버리겠네 발은 수채물에 담겨도 머리는 하늘을 향해 노래하겠네 슬픔이며 외로움이며를 말하지 않는 놀 아래 울음 남기고 죽은 노루는 아름답네 숫노루 만나면 등성이서라도 새끼 배고 젖은 아랫도리 말리지 않고도 푸른 잎 속에 스스로 뼈.. 2020. 6. 30.
구천동 백련사(어사길) 삼공 주차장에서 출발.. 백련사에 도착하자 빗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 거리는 2.5 km에 불과하나 고도를 8백 미터 가까이 올려야 하는 피곤한 구간이다 이런 날씨에 올라가봐야 보이는 것도 없겠고 큰 낙이 없을 것 같아 오늘은 계곡 트레킹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무주리조트 올라가는 길에 있는 단골집.. 무주뚝배기에 들러 수육국밥에 소주 일병 후 귀가.. 중부지방에선 처음으로 털중나리와 동자꽃이 핀 걸 봤는데.. 반쯤 벌어진 원추리꽃도 그렇고.. 가끔 눈에 들어오는 잡버섯도 오늘이 처음이다 2020. 6. 29.
구절리 선평, 정선, 나전, 여량 그 어디쯤 닿고 싶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완행열차를 타고 산골 역 어딘가에 내리고 싶다. 낡아서 삐거덕거리는 나무의자에 앉아 해 지는 풍경을 한 마흔 번쯤 보고 싶다. 살아가다 문득 모든 것이 다 시들하고 황량해질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훌쩍 떠나고 싶다.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한다거나 절실히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 다 스스로를 태우는 짓이라는 것을 철길 지워지는 구절리쯤서 아프게 깨닫고 싶다. 김재진 JETHRO TULL - ELEGY 2020. 6. 27.
태백 검룡소&황지연못 한강의 발원지 태백 검룡소.. 올가을 대덕산 금대봉 산행을 위한 사전 탐색차 들린 것.. (대덕산 금대봉은 5/16~10/31, 하루 예약자 300명만 출입가능,현지신청도 가능하다)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 왕복 3km.. 오름이 거의 없는 산책로라 1시간 만에 끝내고 식사를 위해 황지동으로 이동.. 황지공원 옆 노상에 주차장하고 태성실비식당으로... 대덕산에서만 볼 수 있다는 대성쓴풀을 찾아봤으나 안 보였다 국공 직원 얘기로는 지난 주까지는 더러 보였는데 다 진 것 같다는.. 태성실비식당.. 이집 모듬한우 맛을 보고 대전에 내려가기 위해 산행을 짧게 했다 찾아가서 먹을만한 가성비 최고의 한우 맛집이다 횡성의 한우 끝판왕이라는 삼정식당에 비해서 반값.. 코로나와 상관없이 이집은 성업중.. 내가 들어가서 한 .. 2020. 6. 24.
정선 가리왕산 차로 왕복 6시간(540km) 산행은 5시간 30분.. 가리왕산 코스중 가장 짧은 장구목이골에서 정상까지 왕복했는데.. 차 오래 타서 쌓인 피로 때문에 산행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꼭두새벽에 나가서 휴게소 라면으로 아침을 떼우고 올라갔으니.. 전형적인 육산에 상당히 긴 오르막이라 땀도 나고.. 마음 같아선 중봉 찍고 숙암분교(알파인경기장)로 내려오고 싶었으나.. 대전으로 돌아갈 거리가 아득하고 알파인경기장~장구목이 간 3.2km 도로 걷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라.. 일찌감치 내려와서 태백으로 이동했다 조망좋은 정상(1,561m)만 제외하면 조금은 지겨운 산이다 가리왕산. 정상엔 다른 꽃은 별로 안 보이고 박새천지다 가리왕산의 깃대종이 박새인지.. 2020. 6. 24.
사천 와룡산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은 언제나 실패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조망 하나는 확실하니까 와룡산처럼 기세가 좋다고 해야하나.. 산세가 멋진 산이야 말할 것도 없다 모처럼 만족스러운 산행을 마친 것까지는 좋았는데.. 대전까지 돌아갈 거리의 압박은 확실히 부담스러웠다 왕복 400 km.. 삼천포항에 들러 멸치 등 건어물 몇 가지를 샀으니 거리는 훨씬 늘어났으리라 이 정도 거리는 당일코스로는 확실히 무리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산이 워낙 좋았으니까 올해 올랐던 산 중 만족도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산. 2020. 6. 19.
철도사진 나를 떠나간 것들은 수없이 많았다 강물처럼 흘러간 것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것들, 내곁에 한참이나 머문 것들도 더러 있었지만 결국 그것들도 때가 되면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매번 나는 안타까웠고 슬펐다 잡으려 할 수록 떠날 시기만 앞당겨졌을 뿐이었고 잡으려 할 수록 그것들은 더 멀어져갈 뿐이었다 세월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랑도, 청춘도, 마찬가지였다 내곁에 머물게 할 수 있는 것이 이 세상 어디 있으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들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떠나간 것들이 다시 올 것이라고 믿지말라 행여 소식이라도 전해올까 기웃거리지 말라 전화기도 꺼 두고, 이메일도 열어 보지 말라 한 번 떠나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떠난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법은 없다 - 떠나간 것들은 돌아오지.. 2020.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