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는 법칙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은
언제나 자신을 드러낼 가장 좋은 시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시기는 평생에 한 번 반드시 오는 법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시기에 그들을 받아들일 용기를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그것으로 인해 세상의 빛깔은 조금씩 흐려져간다.
나는 얼마나 흐려진 세상에서 살아왔던가.
내가 갖고 싶었을 때 가질 수 있었던 것들을,
내가 만나고 싶었을 때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
내가 갈 수 있던 곳들, 그들은 이미 내 인생 밖으로 사라졌다.
지금 그들이 내게로 돌아온다고 해도, 나는 그들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한때 그토록 애타게 갈망했던 것들과 함께, 세상의 빛깔들은 사라져 갔다.
그것은 오래된 흑백영화처럼 낡고 시들고 축 처져 있었다.
세상의 빛깔이 이토록 단조롭지 않았다면
나는 잠의 유혹 따위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무심한 잠 속에서 나는 세상의 모든 빛깔을 보았다. 행복했다.
그렇게 계속 행복할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차라리 이 세상에서 행복해지는 법을 알지 못한 채 그 속에 머물러 있었다면.
..... [초콜릿 우체국] p 182-183 황경신
♬ Cesaria Evora - Tiempo y Silencio(시간과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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