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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고 싶다 잿빛 하늘이 비를 몰고 올 것 같은 날에 불어오는 바람은 가슴을 흔들어놓는다. 정해진 약속이 아니어도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가슴이 마구 뛴다. 바람처럼 날아갈 수만 있다면 그 어디라도 떠나고 싶다. 가슴이 마구 뛰는 소리 그 소리 따라 이럴 때는 바람이라도 잡고 흔들어보고 싶다. 바람이 되어 누군가를 흔들어보고 싶듯이 나 오늘은 바람이 되고 싶다. 어느 한곳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의 바람, 저문 태양의 뒤꿈치도 밟아보고 싶고 정글의 침묵도 깨우고 싶다. 돌처럼 단단한 무감각한 영혼도 흔들어 깨우고 싶다. 나 오늘은 바람이 되고 싶다.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런 바람 지금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행복을 불어넣어주는 그런 바람 나 오늘은 바람이 되고 싶다 2005. 10. 28.
만추의 진안 만추(晩秋)에 젖은 전북 진안. 운장산과 구봉산 등 진안을 겹겹이 둘러싼 산들은 붉은 가을빛을 토해내고 도로변 은행나무들도 노란 잎을 흩날려 정취를 더해준다. 해발 300m의 고원에 위치해 호남의 다른 지역보다 가을이 빨리 찾아오는 진안. 이곳의 마이산을 찾으면 낙엽을 밟으면서 단.. 2005. 10. 27.
겨울숲에서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 것 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 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2005. 10. 27.
Albinoni Adagio(기타연주)/Bernd Steidl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사이에는 불화가 있다. 그 불화는 너무나 복잡하고 섬세하여 해독하기 어려웠다. 박물관의 고서처럼 음기가 서려 있는 모든 존재들은 그 스스로도 곰팡이가 슬어 있었고 폐에 얼음이 박혀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고 공포로 입을 다문 비릿한 냄새에 멀미를 느끼며 .. 2005. 10. 27.
가을이면 앓는 병 이 결별과 출발의 집념은 매년 가을이면 나에게 다가오는 병마이다 가을처럼 여행에 알맞는 계절이 또 있을까? 모든 정을 다 결별하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하고 싶어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엷어진 일광과 냉랭한 공기 속을 어디라고 정한 곳 없이 떠나 버리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 2005. 10. 27.
눈부신 명상 은행잎에 그대가 물들었습니다 그대 노란 눈부심으로 거리를 떠나갑니다 온 산에도 그대가 물들어갑니다 산을 내려온 그대 물든 걸음 사뿐 강물이 받아줍니다 강물 위에 그대 떠내려갑니다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그대 떠내려갑니다 지금껏 난 흘러가는 그대 붙잡으려 했습니다 지친 매미 울음처럼 붙잡으려 했습니다 아아 온 천지에 그대 수없이 물들고 나서야 비로소 그대 떠내려가는 모습 내게 눈부심이었습니다 그대 떠나보내야 내 사랑 자란다는 걸 알았습니다 은행잎 하나에도 그대 얼굴 물드는 시간입니다 은행나무처럼 나 이제 그대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대 노란 눈부심으로 나를 떠나갑니다 떠나는 그대 눈부신 명상입니다 잔잔한 강물 같은 명상입니다 유하 Hélène - Ce Train Qui S'en Va 2005. 10. 26.
베르디 리골래토중 Caro Nome (그리운 그 이름) * 리골레토중 사랑스런 그 이름 (Caro Nome) Inva Mulla-Tchako (알바니아) 제5원소의 인바 뮬라 * 베르디의 26개 오페라중 그의 최대의 걸작으로 꼽히는 리골레토는 베르디를 이탈리아 음악계에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하여준 작품인데 초연당시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빅토르 위고 (Victor Hugo) 의 작품 환락의 왕을 원작으로 하는 저주라는 제목의 원래 대본은 왕의 방탕한 생활을 소재로 한것이였는데 이때문에 공연 하루만에 상연금지 처분을 받게 되고 놀란 베르디가 동분서주 노력끝에 제목과 등장인물, 이름, 직업, 장소를 바꾸는 조건하에 다시 상연이 허락 되었는데 이렇게 극적으로 무대에 다시오른 리골레토는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주인공 질다가 1막에서 등불을 들고 테라스에 나타나 .. 2005. 10. 26.
Mozart, Horn Concerto No.1 in D major, K.412 모차르트 / 호른협주곡 1번 호른 협주곡은 호른과 오케스트라의 협주로 구성되는 곡인데, 호른이란 악기가 낯선 독자 분들도 있을 것이다. 호른은 본래 중세 시대의 사냥용 뿔피리가 발달하여 오늘날에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금관악기로서 사용되고 있다. 금관악기 중에서 가장 .. 2005. 10. 23.
거리에서 내 마음 하나 비우지 못해 길을 걸었다 유쾌한 아낙네들 거리에 쏟아져 있고, 남 모르는 햇살을 간직한 채 미쳐 우는 바람은 아직도 내 곁에. 시계는 갔다 그저 제가 가르치고 싶은 지침은 하나도 못 가르치고 내 시계는 갔다 사랑이 찬란한 빛을 잃었듯이 마음은 흘러가고 있었다 누구든 머무는 바람을 안다면 내게도 좀 가르쳐다오 나, 그를 만나 떠다니지도 않을 곳에서 내 마음의 꽃들 걷어내고 싶어 파리의 보헤미안처럼 파가니니의 협주곡 하나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같은 저음의 고요를 하나쯤 간직하고 아무도 없는 섬에서 조금만이라도 살 수 있다면 내 그리움 사무치는 파도에 휩싸이는 여름을 보내고 나면 비바람이 그칠는지 골목길에 떠드는 아이들의 웃음으로 내 그리움 훌훌 털어낼 수 있다면 더 슬픈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2005.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