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하나 비우지 못해 길을 걸었다
유쾌한 아낙네들 거리에 쏟아져 있고,
남 모르는 햇살을 간직한 채
미쳐 우는 바람은 아직도 내 곁에.
시계는 갔다
그저 제가 가르치고 싶은 지침은
하나도 못 가르치고 내 시계는 갔다
사랑이 찬란한 빛을 잃었듯이
마음은 흘러가고 있었다
누구든 머무는 바람을 안다면 내게도 좀 가르쳐다오
나, 그를 만나 떠다니지도 않을 곳에서
내 마음의 꽃들 걷어내고 싶어
파리의 보헤미안처럼
파가니니의 협주곡 하나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같은
저음의 고요를 하나쯤 간직하고
아무도 없는 섬에서
조금만이라도 살 수 있다면
내 그리움 사무치는 파도에 휩싸이는
여름을 보내고 나면 비바람이 그칠는지
골목길에 떠드는 아이들의 웃음으로
내 그리움 훌훌 털어낼 수 있다면
더 슬픈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면
끝없이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없어도 된다면
나, 그 길에 있고 싶어
그 길에 내 노래 하나 무덤을 만들어놓고
무심하게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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