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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명상

by 류.. 2005. 10. 26.

 

 

 

은행잎에 그대가 물들었습니다
그대 노란 눈부심으로 거리를 떠나갑니다
온 산에도 그대가 물들어갑니다
산을 내려온 그대 물든 걸음
사뿐 강물이 받아줍니다
강물 위에 그대 떠내려갑니다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그대 떠내려갑니다

지금껏 난
흘러가는 그대 붙잡으려 했습니다
지친 매미 울음처럼 붙잡으려 했습니다
아아 온 천지에
그대 수없이 물들고 나서야 비로소
그대 떠내려가는 모습 내게 눈부심이었습니다

그대 떠나보내야
내 사랑 자란다는 걸 알았습니다
은행잎 하나에도
그대 얼굴 물드는 시간입니다

은행나무처럼
나 이제 그대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대 노란 눈부심으로 나를 떠나갑니다
떠나는 그대 눈부신 명상입니다
잔잔한 강물 같은 명상입니다

 


유하





Hélène - Ce Train Qui S'en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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