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888 바닷가 찻집 누구나 바다 하나씩 가지고 산다. 가까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찻집에 앉아 옛사랑을 그리며 반쯤 식어버린 차를 마신다 파도는 유리창 너머에서 뒤척거리고 주인은 카운터에 앉아 오래된 시집을 읽고 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찻집보다는 선술집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사내들이 와르르 몰려든다 주인은 시집을 덮고,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확트인 유리창 곁에 그 사내들의 자리를 권하고 다시 시집을 펼쳐든다 벽난로에는 장작이 타들어간다. 주인은 주문을 받지도 않고 사내들은 주문을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사내들은 떠나가고 주인만 홀로 빈 찻집에 남게 될 것이다 온종일 수평선만 바라보다가 지쳐 귀머거리가 되어버린, 그 바닷가 찻집에 파도처럼 왔다가 훌쩍 떠나버린 사람들이 어디 그들 뿐이었겠는가 주인은 마음으로 시집.. 2005. 10. 20. 심해 물고기 구름에 걸터앉아 심해 낚시꾼들이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눈높이까지 꼬리를 치렁대면서 흥건하게 퍼덕거림을 쏟아놓는 저 물고기 찢긴 아가미 사이로 피도 조금 내비치고 있다 심해는 어떤 빛조차 스며들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잡혔을까 발광의 몸 둥글게 말아 천길 캄캄한 무덤 사이로 고요히 헤엄쳐 다녔을 저 물고기 수압을 견딘 무거운 납의를 벗고 한 번도 들어올려보지 못한 듯 천근 공기를 밀치고 있다 심해는 크고 작은 운석의 산실이어서 두터운 고무옷 껴입고 머리에 철뢰를 두른 잠수부들도 다녀올 수 없는 천심 물고기 한 마리가 하늘 길이로 끌고 간다 서슬 푸른 비늘 한 잎 꽂아두려고 저 물고기 천애(天涯) 위로 솟구쳐 오르는 것일까 김명인 2005. 10. 20. I've Been Loving You Too long/Otis Redding Otis Redding 2005. 10. 20. 애인 누가 지금 문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번 엇갈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그대 고운 바람결 그대 울며 어디를 가고 있는가 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걸어놓고 슬픈 날들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마을 보랏빛 저녁 외롭고 황홀한 불빛으로 켜지는가 장 석주 2005. 10. 19.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 2005. 10. 18. Guadalupe Pineda Con Los Tres Ases - Historia De Un Amor外 2005. 10. 18. 텔레비전 홀로 계신 어머님이 왜 텔레비전을 켜 둔 채 자며 깨며 하시는지 젊었을 때는 몰랐다 어머님 나이 되어 나도 노상 텔레비전을 켜 놓은 채 자며 깨며 한다 자식들에게 노상 말벗 해 달랄 수는 없는 노릇 책 볼 때 밥 먹을 때 자식들에게 메일 보낼 때도 나이들면 텔레비전과 노는 법을 익혀.. 2005. 10. 18. Renata Scotto/Gianni Schicchi - O mio babbino caro 'O mio babbino caro' da 'Gianni Schicchi' 푸치니 / 오페라 '잔니스키키'중 아리아 '오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Giacomo Puccini 1858∼1924 Renata Scotto ★ O mio babbino caro, O mio babbino caro, mi piace. bello bello vo' andare in Porta Rossa a comperar l'annello! Si,si, ci voglio andare! E se l'amassi indarno. andrei sul Ponte Vecchio, ma per buttarmi in .. 2005. 10. 18. 우리집 은행나무 우리 집 은행나무는 혼자였다 아무리 둘러봐도 짝이 없던 은행나무는 연못 속에서 짝을 찾았다 그것이 제 그림자인줄 모르고 물 속에서 눈이 맞은 은행나무 물에 비친 제 그림자에 몸을 포개고 만 명도 넘게 아기를 가졌다 물방개는 망을 보고 연잎은 신방을 지켜주었다 해마다 가지 사이에 돌멩이를 얹고 그림자에게 시집 간 은행나무 한 가마니씩 은행이 나와도 그것이 그리움의 사리인줄 몰랐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마다 연못이 걱정되는 은행나무 날마다 그 쪽으로 잎을 날려보내더니 살얼음이 연못을 덮쳤을 때 은행잎은 연못을 꼭 안은 채 얼어있었다 윤 준 경 2005. 10. 17. 이전 1 ··· 479 480 481 482 483 484 485 ··· 5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