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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生의 솔숲에서..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 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김용택 2005. 3. 12.
외딴 집 그해 겨울 나는 외딴집으로 갔다 발목이 푹푹 빠지도록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나는 어두워지기 전에 외딴집에 가서 눈 오는 밤 혼자 창을 발갛게 밝히고 소주나 마실 생각이었다 신발은 질컥거렸고 저녁이 와서 나는 어느 구멍가게에 들렀다 외딴집까지 얼마나 더 걸리겠느냐고 주인에게 물었다 그는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외딴집이 어디 있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안도현 . 2005. 2. 28.
무지개를 사랑한걸...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을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것 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 멀었던 그 시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기쁨이며 어여쁨이었던 걸 길이 길이 마음에 새겨두자 허영자 2005. 2. 20.
그리움은 어디에 있는걸까 그리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당신 그리워 힘겨울 때 간혹,벽에 기댄 채 울었으니 벽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목련 가지 끝에 걸린 조각달 보며 종종 그댈 생각했으니 달님 뒤에 숨어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몰래 숨어 당신을 훔쳐보았던 전봇대 뒷편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찾으려 해도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그리움, 어떤 날은 당신 때문에 때론 가슴 한복판이 아픈 걸 보면 그리움은, 내 심장 가까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문득,당신의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을 때면 애당초 그리움이란 건 내겐 없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움이 벽에 있건 달님 뒤에, 심장 가까이 아니면 저 멀리 있건 그리움으로 인해 마음이 더 아파질수록 나는 행복.. 2005. 2. 19.
내마음의 풍경소리 내 마음에 그대를 위해 에머랄드빛 투명한 풍경 하나 걸어두고싶다 그대 투명한 물빛 그리움으로 파도가 부서지듯 다가서도 빛나는 울음 울어줄 수 있도록 내 마음에 그대를 위해 흑진주같이 까아만 풍경 하나 걸어두고 싶다 깊은 밤 꿈결에 살그머니 다가서 그대 아련한 체취 머리맡에 남겨 둘때 부서지는 달빛에도 향기로운 사랑의 울음 울 수 있도록 내 마음에 그대를 위해 향기로운 울음 번져나는 풍경 하나 걸어두고싶다 2005. 2. 19.
이별 당신이 처음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는 이것이 이별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내 안에 있고 나 또한 언제나 당신이 돌아오는 길을 향해 있으므로 나는 헤어지는 것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꾸 함께 있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이것이 이별이 아닌가 생각합니.. 2005. 2. 18.
이별.. 이별... 마음 비우는 일처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그리움 깊어갈수록 당신 괴롭혔던 날들의 추억 사금파리로 가슴 긁어댑니다 온전히, 사랑의 샘물 길어오지 못해온 내가 이웃의 눈물 함부로 닦아준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요 가슴 무덤에 생뗏장 입히시고 가신 당신은 어느 곳에 .. 2005. 2. 17.
적빈 없이 살다 보면 모든 게 다 서러울 때가 있는 거지. 더러는 없다는 것이 고마울 때도 있을까 갈매빛 산이 수묵으로 바뀌고 그 속에 깃들여 살던 것들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지고 없는 날 맘속에 우렁우렁 산이 울어 온종일 오락가락 싸락눈 뿌릴 때 있지. 없이 산다는 것이 가끔은 가벼울 .. 2005. 2. 3.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2005.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