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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生의 솔숲에서..

by 류.. 2005. 3. 12.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 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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