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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by 류.. 2005. 3. 26.

 

 

 

내 사랑은 
몇 번 허물어진 흙담이었네 
한 방울 이슬도 안되는 마른 안개였네 

어딘가 쌓이는, 베어지지 않는 
어둠 속의 칼질에 
흩어지는 꽃잎이었네 

여린 바람에도 넘어지는 가벼운 풀잎, 
기댄 풀잎이 누워도 따라 누워 버리는 
마른 풀잎이었네 

내 영혼은 어디에도 쉴 수 없는 
한 줄기 시내, 
그 시냇물 속에 뜬 한 점의 구름 
그 구름의 풀어지는 그림자였다네 

때로 내 얼굴은 그런 그늘에도 
묻어가 버리는 물기였다네 

내 사랑은 한낮 뙤약볕 뜨거운 자갈밭에 
맨발로 서서 보는 들패랭이 꽃, 
그 꽃잎 떨어진 빈 꽃대 
그 부근의 희뿌연 설움, 그런 배고픈 귀울음이었네 

끝없이, 끝도 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다 
다시 끝을 보는 끝에서 
처음을 여는 배고픈 신새벽의 
서리꽃 핀 나뭇가지에 
웅크린 새였다네 

나의 고향은 한때 바다였다네 

몇 가지 색깔로 죽었다가 
몇 가지 색깔로 다시 살아나는 바다 
나는 어느 한 색깔로도 죽지 못하는 바다였다네 

새벽 바다의 울음, 그런 가장 낮은 흐느낌 
내 그리움은 가장 깊은 수심에서 일렁이는 물결 
그런 숨막힘이었네 

내 외로움은 
풀어지는 안개 
모래밭에 떨어지는 
허망한 빗방울이었다네 

아아, 내 사랑은 
깨끗한 새벽 하늘에 
새벽을 가르고 와 내 이마를 때리는 
서늘한 별빛 
그런 칼날이고 싶다네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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