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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빈

by 류.. 2005. 2. 3.

 

 

 


          없이 살다 보면 모든 게 다 서러울 때가 있는 거지. 더러는 없다는 것이 고마울 때도 있을까 갈매빛 산이 수묵으로 바뀌고
          그 속에 깃들여 살던 것들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지고 없는 날 맘속에 우렁우렁 산이 울어 온종일 오락가락 싸락눈 뿌릴 때 있지. 없이 산다는 것이 가끔은 가벼울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또 얼마만큼의 세월이 흘러가야 할까. 가고는 기별 않는 산 아래 누군가를 묻고 나면 없다는 것의 허전함에 베여 글썽일 때도 있겠지. 해지게* 바라보며 처마 끝에 걸려 있는 허공의 저 풍경처럼 더러는 한 세상, 있는 듯 없는 듯 넘어 갈 순 없을까. 김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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