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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오랜만에 어머니를 모시고 대전근교의 아버지 산소를 찾았습니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지만.. 일단 들어서면 인가라곤 볼 수 없는 깊은 골짜기.. 가는 길에 악보처럼 흙길에 찍힌 경운기 바퀴자국이 인적 끊긴지 오래 됐다는걸 말해주고 있었지요 무논에는 모가 제법 푸릇푸릇 자랐고.. .. 2004. 11. 1.
안면도행 지난 주 안면도 꽃박람회를 보고 왔습니다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1억송이의 꽃중에 절반도 못봤지만... 아름다운 5월에 화사한 꽃속에 파묻혀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개미떼 같은 사람들, 주차장을 꽉 메우고 있는 차들 그리고 무질서한 입장객들 때문에 가끔 열받기도 했지만 박람회장에서 바라보이는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정말 시원했습니다 벌써 여름기분이 나더군요 19일이후엔 태안군에서 관리를 한다니까 인파를 피하려면 오히려 그때가 좋을 것 같습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 댐공사를 시작한 청양 칠갑산을 넘다가 장곡사 부근에서 과수원을 하는 친구를 찾았습니다 몇해 전.. 부도가 나서 이혼을 하고 혼자가 된 그는 한동안 방황하다가 낙향해서 농사꾼이 되었습니다 닭들이 돌아다니는 그의 집에 들어섰을 때... .. 2004. 11. 1.
흔들리며 떨어지다 어제 밤 시작된 비가.. 아침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노란 물이 들어가는 앞산을 바라보면서 이 비로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떨어질까.. 많은 비가 단풍이 들기 전 숲을 텅 비게 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절정이 되기 전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나뭇잎의 움직임을 보고 세월의 진행을 느낍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얼마나 세월이 느리게 혹은 빠르게 지나치고 있는지를... 한장 두장 그리고 우수수--------- 떨어져 나부끼는 그 펄럭임, 숲이 비워질 때까지 덩달아 펄럭이며 전송될 삶의 역사와 편린들... 나뭇잎과 함께 나뭇잎에 앉은 먼지들이 나뭇잎이 살아낸 생애들이 나뭇잎을 바라보았던 사람들의 시선들이 떨어지는 나뭇잎에 편승하여 떨어지겠지요 겨울이 와서 잎이 다 지고난 비워진 숲 사이로 하늘.. 2004. 11. 1.
겨울아침 단상 눈시린 푸른 하늘과 차가운 날씨 때문인지 산빛이 다르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얼기설기한 숲이 왠지 모르게 시나브로 생기있는 푸른빛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느낌.. 숲을 보면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게 되지요 앞산에 여전히 단풍의 빛갈이 남아있지만 이젠 완연히 겨울이 왔음을 느낍니다 계절의 진행은 어김없이 계속되고 그처럼.. 숲은 강물처럼 쉼없이 흐르겠지요 땅속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 치는 여울로 우리가 한때 밟고 지나간 낙옆 속에서도 작은 씨앗들이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 숲은 쉬지않고 계절의 흐름을 명주실처럼 한올한올 풀고 있으며 그래서 어느 순간 황량한 겨울의 터널을 지나 꿈결인듯 초록으로 숨가쁘게 제몸을 드러낼거라는 생각 그런 봄을 떠올리는건 겨울은 너무 외로워서일거란 생각... 2004. 11. 1.
그 바다 꿈에서 바다를 보았습니다 방파제에 등을 기대고 앉아 편안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꿈... 짙은 안개가 바람의 거친 음향에 따라 조금씩 느린 그림으로 이동하고... 동해의 푸른 바다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 바다에 누워있더군요 파도와 바람소리... 올이 거친 삼베같은 부두의 안개 속에서 수평선을 수놓는 집어등의 불빛이 보이고.. 그 휘황한 불빛에 속아 퐁당퐁당 몸을 던지는 오징어들의 슬픈 생애... 꿈에서 깨며 난 그것이 꿈이 아니었기를 기대했지요 혹시나 백사장에서 묻어온 모래가 있기를... 상상과 수면의 경계를 밤새도록 오가면서 최면을 걸은지도 모릅니다 나는 지금 바다에 있다.있다 ....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 2004. 11. 1.
화분 봄은 겨울을 쓰라리게 보낸 사람들에겐 가장 뒤늦게 찾아오는 해빙의 계절이다. 비로소 강물이 풀리고 세월이 흐른다. 절망의 뿌리들이 소생해서 소망의 가지들이 자라서 희망의 꽃눈들을 틔우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의 햇빛이 가득해도 마음안에 햇빛이 가득하지 않으면 아직도 봄은 오지 않은 것이다. 이외수-[봄] 中에서 포근한 봄날씨에 베란다의 유리문을 열다가.. 문득, 난초화분에 물을 준 지가 오래 되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왜 2월 들어 한번도 화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식물에게도 감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던데 몇개 안 되는 난초화분들이 얼마나 나를 애타게 기다렸을까.. 족히 한달은 굶었을 그들에게 촉촉하게 물을 뿌려주는데 화분 안에서 물이 스며드는 소리와 흙내음이 번져왔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잎끝이.. 2004. 11. 1.
별을 보며... 여행을 떠났던 첫날밤... 도착한 곳은 어느 한적한 바닷가였다 해질 무렵.. 싸늘한 겨울날씨인데도 해무리가 붉은 왕관처럼 빛나게 번지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에 숙소를 정하고... 늦은 밤 옥상으로 올라갔다 공해에 찌든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밤하늘의 별을 찾는걸 포기한지 오래였다 난 쭈그리고 앉아 거울같이 맑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소금가루 같은 별무리.. 그때..내게 잠재되어 있던 사랑의 두글자 일부분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별무리에 합류하며 반짝이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유성들을 바라보며..... 별들만큼 제 알몸 흔들어 사랑의 빛을 발산하며 몸부림치는 존재는 없을거란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떨어져 나간 사랑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 2004. 11. 1.
봄비 해가 많이 길어졌는지.. 창틈으로 스며드는 눈부신 햇살에 이른 아침.. 눈을 떴습니다 이틀은 눈 섞인 비가 내렸고.. 하루는 한숨처럼 바람이 불며 눈물 같은 비가 뿌렸지요 유난히 비가 많은 봄.. 대청호엔 수위가 많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 비가 그치면 봄꽃이 열병처럼 번진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들뜹니다 온갖 봄꽃이 피면 황폐한 이들의 가슴에도 그 어떤 꽃이 필지 모르지요 그런데.. 봄은 너무 짧아서.. 이렇게 비 오고 바람 불고 황사가 지나가면 봄날은 이미 저만큼 가고 있을 것이고.. 내 안에 봄이 오기 전 봄날이 갈까...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고... 2003.3.18 2004. 11. 1.
꿈이라면 대구지하철 사고로 한사람이 떠났다 유가족으로 남은 젊은 女子.. 티브이로 그녀의 애절한 흐느낌을 보면서.. 한사람이 소멸하고 난 뒤의 슬픈 배경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낀다 왜 사는지 몰라.. 입버릇처럼 말한 것이 미안한 날.. 어떤 이를 중심으로 유지되온 하나의 가정과 그가 속해 있던 사회.. 얼마나 안온하고 평범하게 흘러왔던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한 사람이 떠남으로써 그가 놓고 간 세상은 질서를 잃고 수습할 수 없이 허물어져 술렁거린다 하필, 기나긴 겨울을 지나 봄을 눈앞에 두고.. 그는 갑자기 떠났을까.. 비록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더라도 헤어질 준비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살아 남은 자의 고통을 눈감은 자의 입장이 되어 .. 2004.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