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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 꿈에서 바다를 보았습니다 방파제에 등을 기대고 앉아 편안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꿈... 짙은 안개가 바람의 거친 음향에 따라 조금씩 느린 그림으로 이동하고... 동해의 푸른 바다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 바다에 누워있더군요 파도와 바람소리... 올이 거친 삼베같은 부두의 안개 속에서 수평선을 수놓는 집어등의 불빛이 보이고.. 그 휘황한 불빛에 속아 퐁당퐁당 몸을 던지는 오징어들의 슬픈 생애... 꿈에서 깨며 난 그것이 꿈이 아니었기를 기대했지요 혹시나 백사장에서 묻어온 모래가 있기를... 상상과 수면의 경계를 밤새도록 오가면서 최면을 걸은지도 모릅니다 나는 지금 바다에 있다.있다 ....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 2004. 11. 1.
화분 봄은 겨울을 쓰라리게 보낸 사람들에겐 가장 뒤늦게 찾아오는 해빙의 계절이다. 비로소 강물이 풀리고 세월이 흐른다. 절망의 뿌리들이 소생해서 소망의 가지들이 자라서 희망의 꽃눈들을 틔우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의 햇빛이 가득해도 마음안에 햇빛이 가득하지 않으면 아직도 봄은 오지 않은 것이다. 이외수-[봄] 中에서 포근한 봄날씨에 베란다의 유리문을 열다가.. 문득, 난초화분에 물을 준 지가 오래 되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왜 2월 들어 한번도 화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식물에게도 감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던데 몇개 안 되는 난초화분들이 얼마나 나를 애타게 기다렸을까.. 족히 한달은 굶었을 그들에게 촉촉하게 물을 뿌려주는데 화분 안에서 물이 스며드는 소리와 흙내음이 번져왔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잎끝이.. 2004. 11. 1.
별을 보며... 여행을 떠났던 첫날밤... 도착한 곳은 어느 한적한 바닷가였다 해질 무렵.. 싸늘한 겨울날씨인데도 해무리가 붉은 왕관처럼 빛나게 번지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에 숙소를 정하고... 늦은 밤 옥상으로 올라갔다 공해에 찌든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밤하늘의 별을 찾는걸 포기한지 오래였다 난 쭈그리고 앉아 거울같이 맑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소금가루 같은 별무리.. 그때..내게 잠재되어 있던 사랑의 두글자 일부분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별무리에 합류하며 반짝이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유성들을 바라보며..... 별들만큼 제 알몸 흔들어 사랑의 빛을 발산하며 몸부림치는 존재는 없을거란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떨어져 나간 사랑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 2004. 11. 1.
봄비 해가 많이 길어졌는지.. 창틈으로 스며드는 눈부신 햇살에 이른 아침.. 눈을 떴습니다 이틀은 눈 섞인 비가 내렸고.. 하루는 한숨처럼 바람이 불며 눈물 같은 비가 뿌렸지요 유난히 비가 많은 봄.. 대청호엔 수위가 많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 비가 그치면 봄꽃이 열병처럼 번진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들뜹니다 온갖 봄꽃이 피면 황폐한 이들의 가슴에도 그 어떤 꽃이 필지 모르지요 그런데.. 봄은 너무 짧아서.. 이렇게 비 오고 바람 불고 황사가 지나가면 봄날은 이미 저만큼 가고 있을 것이고.. 내 안에 봄이 오기 전 봄날이 갈까...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고... 2003.3.18 2004. 11. 1.
꿈이라면 대구지하철 사고로 한사람이 떠났다 유가족으로 남은 젊은 女子.. 티브이로 그녀의 애절한 흐느낌을 보면서.. 한사람이 소멸하고 난 뒤의 슬픈 배경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낀다 왜 사는지 몰라.. 입버릇처럼 말한 것이 미안한 날.. 어떤 이를 중심으로 유지되온 하나의 가정과 그가 속해 있던 사회.. 얼마나 안온하고 평범하게 흘러왔던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한 사람이 떠남으로써 그가 놓고 간 세상은 질서를 잃고 수습할 수 없이 허물어져 술렁거린다 하필, 기나긴 겨울을 지나 봄을 눈앞에 두고.. 그는 갑자기 떠났을까.. 비록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더라도 헤어질 준비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살아 남은 자의 고통을 눈감은 자의 입장이 되어 .. 2004. 11. 1.
임진강가에 서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선다 아주 잠깐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강물을 바라본다.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얼굴 내 마음엔 어느새 강물이 흘러들어와 그 사람의 얼굴을 말갛게 씻어준다 그래, 내가 미워했던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얼굴에 끼어 있던 삶의 고단한 먼지, 때, 얼굴이 아니었을까? 그래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 임진강가에 서면 막 세수를 한 아이의 얼굴 같은 강물만, 강물만 반짝이면서 내 마음의 빈틈으로 스며들어온다 내가 미워한 것은 내가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서서, 새벽 강물로 세수를 하라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그대가 미처 보지 못했던 치욕스러운.. 2004. 10. 30.
떠나는 가을 가을 거리를 걸었습니다 단풍도 이젠 고왔던 빛을 잃어가고.. 가을을 보내려는지 나뭇잎이 떨어져 흩날리는 거리. 플러터너스잎, 단풍잎, 그리고 은행잎들이 형형색색의 색종이처럼 분분히 떨어져 흩날리는 거리를 걸었지요 겨울이 오면 거리가 텅비면 어찌하나.. 그 썰렁함이 앞당겨 느껴져 왠지 으스스 한기가 엄습해왔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은 상대적인가 봅니다 나무가 무성하게 숲을 키우고 신록이 자라서 녹음이 될 때는 우리들의 몸에 걸친 옷의 부피는 참으로 얇아집니다 그런데 나무들이 하나둘 옷을 벗자 장농 깊숙히 넣어 보관해 두었던 옷들을 꺼내 입습니다 나목이 되어 미화원들이 낙엽을 다 쓸고 가면 우리들의 면스웨터는 두터운 외투로 변하겠지요 왠지 쓸쓸하다는 생각에 가로수 아래를 걸어갈 때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2004. 10. 30.
먼곳을 볼 나이 얼마 전부터 눈이 더 나빠졌음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다가온 원시의 증세가 최근엔 꽤 심각하다 신문을 읽을 땐 인상을 찡그려야 하고 사전의 글씨,휴대폰의 문자 읽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어제는 하루 한알 복용할 알러지약을 소화제처럼 한꺼번에 두알 삼키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깨알같은 설명서를 읽을 능력이 없다면 약사에게 복용법 정도는 물었어야 하는 것인데... 내게는 그런 세밀함도 부족하다 그 정도로 생명에야 지장 없겠지만... 진통제를 소화제로 알고 먹기도 하고 약을 바꿔서 먹는 일이 자주 생긴다 이제는 어떤 용도의 사용 설명서를 읽는 일도 쉽지가 않다 사자처럼 황량하게 먼곳을 그리워하는 원시, 내가 바로 그 슬픈 야성을 닮아가는 것일까 그리운 사람들의 사진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이메일도 쓰지 않고.. 2004. 10. 26.
화엄사 대웅전 거제 외도 여행길에서.. 2004.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