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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아름다운 세상

by 류.. 2004. 12. 2.

 

         
        눈이 쌓여서 아직 얼지도 녹지도 않아 부드러울 때,
        나의 가벼운 입김으로도 후 불면 흩날리어 세상의 아주 먼 곳이라도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반짝이는 그 가벼움으로
        나는 하루종일 그대 생각을 한다
        머지 않아 이 눈이 얼거나 녹거나 둘중의 하나로 결정되기까지
        그 부드러운 살결을 만지면서 나는 설령 내가 이 세상의 모든 죄를 짓고
        쓰러져 그 무거움으로 영영 일어나지 못할지라도
        나는 이순간 이 아름다운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
        그대를 그리워 하는 즐거움으로 살고 싶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세상,
        아...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
        개구리 한마리가 봄눈속에서 튀어오르는 그 놀랍고도 깜짝 놀라는 순간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고 그 개구리를 잽싸게 채가는 독수리의 날아오르는
        찬란한 날개를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다 
        지금은 그 어떤 기차도 지나다니지 않아 녹이 슬어 버린 철길에 귀를 대고
        잠시 숨을 죽이면 그대의 발자국 소리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그 철길을 따라 우렁찬 기적소리를 울리면서 이 세상의 기차는 달린다.
        그 기차를 타고 나는 바다가 있고 섬이 있고 그대이외의 내가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이국의 어느 곳으로 떠나고 싶다
        되돌아올 길이 생각나지 않는, 되돌아갈 길이 생각나지 않는
        그런 나라에 입국비자를 받고 싶다.

        아름다운 세상, 오 가여운
        아름다운 세상, 오 당당한
        아름다운 세상에 온갖 상념으로 푸르른 장미가 핀다


        호랑이 울음소리같은 그리움을 아는가?
        한밤중 잠든 나를 깨우면서 울부짖는 전설속의 호랑이 같은 그리움으로
        아픈 꿈은 잠들지 못한다.
        한번에 한 산맥을 타고 넘는 그 호랑이의 걸음으로 나는 달려 가고 싶다
        새벽의 빛으로 다가오는, 눈만 뜨면 그 빛으로 다가오는
        그대 등뒤의 더 깊은 어둠속으로 달려가고 싶다
        거기에 아직 부화되지 않은 알 같은 세상을 품고 싶다
        그 알 속에서 그대가 태어나는 순간에 나는 그대의 작은 둥지가 되고 싶다
        작은 그대, 그대가 그 부드러운 깃털을 털면서 날아오르면
        나는 한줌 재로 타 버리리라 다시는 그대도 아닌, 나도 아닌
        그것도 아닌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태어나지 않으리라

        아름다운 세상, 내가 아니면
        아름다운 세상, 그대가 아니면

        아름다운 세상  그 작은 세상이 되라



        원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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