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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우체국 앞에서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같이 하늘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2004. 11. 2.
구봉산에 오르다 모처럼 구봉산에 올랐다. 아파트 창에서 늘 바라보던 산이지만 평소 운동부족인 나를 이 가을산은 숨가쁘게 한다. 아니 슬프게 만든다 단풍진 이파리들을 보고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아름답다고, 그래 아름답지. 그런데 나는 왜 아름답게만 보이질 않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뭇잎에.. 2004. 11. 1.
강화, 장화리 일몰 강화, 장화리 일몰 당신과 이별하고 내 마음이 당신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 차 있을 때였지요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는 강화도로 향하면서 나는 강화도에서 살던 친구가 일러준 바다로 향하는 코스와 시간에 맞춰 출발을 했습니다. 전등사를 지나 함허동천을 지나 오른쪽으로 꼭 그냥 지나칠 것만 같은 작은 다리를 그냥 지나치지 말고 건너가다 보면 비포장 도로가 나오고 그 비포장 도로의 산길을 한참 가다가 해가 떨어질 무렵의 시간, 산으로 갇혀 있던 길의 커브 길을 돌면 갑자기 왼편으로 확 트이는 개펄이 펼쳐지면서 그 아래로 떨어지는 저녁 해는 강화도 비경 중의 하나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던 그 친구의 말을 외며 정말로 커브 길에 이르러 펼쳐진 개펄과 바다를 보았을 때 이미 태양은 .. 2004. 11. 1.
계절탓 하지 말고.... 요즘 저는 매일 조금이라도 걸으려고 합니다 전에 없이 밖으로 나가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지요 이건 순전히 계절 탓일겁니다 그냥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게 왠지 억울한 날들의 연속... 나만 그런게 아니겠지요? 오늘 같은 좋은 날.. 창 밖에 혼자 놀고 있는 햇살이 아까워 미.. 2004. 11. 1.
동창... 유성 온천장 유흥가, 뒷골목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그리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저 동창이라는 이유 하나로 언제나처럼 술자리는 편하게 시작됐다 유쾌하게 끝났다 술에 취해서 팔짱을 끼고 어깨동무를 해보고.. 보란듯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겠지만.. 평소 안하던 짓을 해보는건 유쾌한 일이었으니... 삼겹살집에서 노래방으로 노래방에서 라이브카페로.. 장소를 옮겨가며 마시고 또 마셨다 술에 한맺힌 사람들처럼 마시면서.. 의례적인 근황이나 안부조차도 묻는 친구가 어젯밤엔 없었다 다들 어렵게 살아가는 시기라.. 술자리에서라도 만사 잊고 싶었던 것일까 가장 술이 약한 친구가 대리운전을 불러 나가고.. 이내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도 비틀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 2004. 11. 1.
기다린다는 것...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 할거야'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중에 여우가 남긴 말... 누군가를 기다리며 행복해진다는 것.. 난 별로 경험한 적이 없었다 요즘 내 주위에 가을 타는지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너도 누군가를 기다리는구나, 그거 생각보다 행복한 일 못 돼.. 이제부터라도 혼자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 " 혼자서도 행복해지는 법.. 그렇게 사는 법을 과연 나는 터득했던가? 그건 아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난 큰소리를 치고.. 그러나 어쩌겠는가 '유한한 인생이 무한한 욕망을 따라가는 것은 위태롭다'..는 노자의 말대로 거저 주어진대로 욕심 안내고 살아가기로 한 것을.. 허세를 부리다보면 언젠가 정말로 마음 비울 날 오겠지 2004.9.11 2004. 11. 1.
이별... 어제 어떤 분과 마지막 이별을 하고 왔습니다 멀찌감치 지켜보기만 했지 가까이 다가서진 못했던 하관식.. 아이들의 외삼촌이었고 제게 유난히 다정했던 그분이 6년 암투병 끝에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려고 갔지만.. 정말 어색했습니다 유족의 무리에 끼어들기 거북해서 밤나무숲 그늘 아래에서 애궂은 담배만 피우다 왔지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겠더군요 하긴 10년이면 짧은 세월은 아니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실감하게 했던 하루였습니다 ..... 이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손등에 내리는 어스름 한 발 한 발 디뎌 길 만들던 일, 옛 일 이제 보니 그것은 길 지우는 일에 다름 아니었구나 산다는 일도 결국 살아온 길 길 지우는 일 뿐이로구나 2004.9.10 2004. 11. 1.
보고 싶다? 비오던 날.. 친구와 술을 마시다 어느 정도 취기가 돌았을 무렵.. 뜬금없이 보고싶다는 말을 두번인가.. 중얼거렸다고 한다 대상도 없이 그냥 보고싶다...? 그 말을 제법 진지하게 받아들인 친구는.. 누가 그렇게 보고 싶냐고 오늘 전화로 물어왔다 글쎄, 누가 보고 싶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취중에 절박하게 보고 싶은 상대가 내게는 없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나는 지독하게 허탈한 상태에서 어떤 이가 그렇게 보고 싶었을까 내가 나에게 묻는다 그러나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뼛속까지 사무치도록 간절하게 보고싶은 그런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나의 정서가 왠지 구근이 메마른 나무같아 쓸쓸한 날이다 2004.9.4 2004. 11. 1.
친구 미국 이민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교동창이었을 뿐 아니라 더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 살았으니 죽마고우라고도 할 수 있는 친구.. 이상하게도 고교졸업이후 그와는 연락이 끊어졌다 목사가 되어 잠시 귀국해 청담동의 모호텔에서 묵고 있다는 그와 나는.. 잊고 지냈던 시절의 말투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그간의 시간에 대해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월의 공백 때문인지 잠시 서먹한 시간도 있었지만 우린 금새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고.. 화제는 부모님 안부에서 친구들 얘기로 넘어갔다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게 산다는 이야기... 나 역시 순조로운 인생 살진 않았지만.. 다들 왜 그렇게도 우여곡절 많은 인생들일까.. 낯선 땅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하다 결국엔 목사의 길의 선택한 그 친구의 인생역경도 만만치 않았으.. 2004.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