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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몰

by 류.. 2004. 12. 20.

 





누가 줄을 잡아당겼나
잠시 목례를 하고 고개를 드니 해는 어느새 떨어지고 없었다.
내 젊음이 저와 같다면 사방천지 피뿌리며 왜 곤두박질쳤을까

뜨거운 것이 무서워
몸속 불꽃을 자해로 덩어리째 흘려 흘려
어둠 속에 하얀 박꽃으로 피어 있었을 때
해는 잔인하게 더 붉은 얼굴로 떠오르곤 했다.
해를 바라보는 것으로 피가 되면 어쩌나 어쩌나

그러나 어차피 내 젊음이 기울어지는 해와 같다면
왜 한 번도 이쁘게 웃지 못하고 안된다는 사랑에 목숨 걸고
밤낮을 죄인처럼 숨어 있었나

해 진 겨울밤은 춥고 아프다
날마다 젊음은 지는 해 따라 조금씩 넘어가고
이제 더는 넘어갈 것 없는 캄캄한 서쪽 하늘
피 한방울의 등불이 그립다


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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