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想121 등산이라... 건강을 생각해서.. 올 가을부터는 산에도 좀 다녀야지... 하는 마음으로 등산화를 장만했지만.. 산에 오르고 싶은 생각은 도무지 안 생기니... 그것이 문제 아무래도 이 등산화는 물가에서 진흙이나 잔뜩 묻히고 다닐 신세가 될 것 같다 2008. 9. 13. 겨울 강가에서 흐르는 강물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비로소 가야 할 길을 찾은 것 같은 안도감에 긴 숨을 내쉬게 된다 강물과 같은 방향으로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나도 강물과 하나가 되어 있다 강가에 서면 지난 시간도 맞이할 시간도 전혀 문제될 것 같지 않다는 평온함이 가슴 안에 가득 찬다. 흐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살아있음인가 죽어있음인가 살아있다면 강물은 스스로의 힘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의 의지로 목적지를 향하고 있음일까 그러나 강물은 그저 흐름에 맡길 뿐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흐른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함이요, 질서요, 순응일 것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흐르지 못하는 강을 보는 것 같다 계속 물이 불면 어디론가 생각잖은 곳으로 넘쳐 버리거나 어딘가가 터져버.. 2007. 12. 17. 우수수... 오늘 가본 장태산 휴양림 저물어가는 가을 며칠밖에 내 곁에 머무르지 않을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기분.. 낙엽이 되어 흩날리는 가로수의 잎새들.. 황홀한 색조로 타올랐다 속절없이 잦아지고 있는 먼 산봉우리.. 눈앞의 풍경 속으로 바람이 스치고 갈 때마다 내 가슴 위로도 마른바람이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가을 나무들은 이제 엉성한 머리숱을 하고 서 있다 여든 넘은 내 어머니의 머리숱처럼.. 한때 무성했던 것도.. 한때 뜨거웠던 열정도 다 지나간다 무엇을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던가 바람이 불면 낙엽처럼 내 안에 오래도록 버티어오던 우울의 비늘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느낌... 벌써 겨울인가! 한 번씩 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엔 언제나 꽃잎들이 하늘 가득 날리고 있더라 세상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나이가 되.. 2007. 11. 21. 빗소리 전에 양철 지붕 아래서 빗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지새운 적이 있다 허허벌판 저수지 가의 농막이었는데, 밤 낚시를 나가서 돌연히 만난 폭우였다 초저녁에 시작한 비가 한 줄기 긋고 지나가겠지 하고 곁에 있는 농막으로 들어갔었다 그러나 비는 새벽까지 내리붓고 있었다 빗줄기는 세차서 지붕을 때리는 소리 외엔 그 어떤 소리도 분별할 수가 없었다 귓속이 멍~ 해지도록 두들겨대는 난타 마치 휘모리 장단으로 쳐대는 장구 소리를 장구통 속에서 듣고 있다면 이러할까 공포와 외로움, 내나 스스로 결박해 버린 자유, 내 귀에서는 웅웅 거림만이 반복되고... 그때 내 머리를 스쳐간 것은 ‘그래, 이 소리를 하나의 이명(耳鳴)으로 치자 그리고 그 이명을 평상의 소리로 여기기로 하자’였다 그러자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외로움과 조급.. 2007. 8. 21. 탑정호 저물 무렵 나는 논산 탑정호 물가에 서 있다 기우는 해가 서녘 하늘을 불그레하니 물들이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내 머리카락을 가볍게 날리고 수면에 잔물결을 만들어놓는다 편안하고 평화롭다 대부분 나처럼 낚시를 하고 있지만... 낚시와 무관하게 지는 해를 즐기러 나온 사람도 더러 눈에 띈다 산책하는 사람, 운동하느라 뛰는 사람, 개를 끌고 나온 노인..,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 사철 조금씩 빛깔을 바꾸는 나무들에 에워싸인 탑정호의 저녁은 언제나 한결같다 이 아름다운 저수지를 나는 좋아한다 탑정호는 말없는 벗이다 점잖고 든든한 친구다 거기 존재함으로 내가 행복한 그런 대상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나의 애착은 때때로 지나치다 탑정호 물가에 서 있는 오래 된 왕버들나무 한 그루를 좋아한 끝.. 2007. 7. 1. 혼자가 부럽다고? 나보고 부럽다고 하는 사람들.. 배우자가 있고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할 때 은근히 화가 난다 내가 갖지 못한 보물을 옆에 두고도 더 채워야 할 무엇을 내게서 그들은 탐한다는 것일까? 그들이 나 같은 사람에게서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분명 혼자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아니 누릴 수 있다고 믿는.. '독신자의 자유’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독신자의 자유는 갈망할지언정 독신자의 고독은 사양한다 애당초 그런 갈망이 가능이나 한 걸까? 자유와 고독.. 이것은 그 어느 한쪽만을 소유할 수가 없다 그들이 자유를 갈망하며 나를 부러워하고 있음은 가슴 아픈 고독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지만 굳이 만들어서까지 아픔을 겪을 필요가 있겠는가 사람들은 그만큼 행복한 욕심쟁이.. 2007. 3. 10. 는개 강기슭 찻집에서 구수한 원두커피 향에 취하여 먼 산허리에 감겨 있는 비안개를 건너다본다 까맣게 어두워오는 강 건너 마을엔 무슨 기쁜 일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는개가 두텁게 끼이면 마을에 상서로운 일이 생긴다고 했던가 강자락에서부터 부풀어 오르는 비안개는 가슴에 차오르는 슬픔이기보다는 두터운 장막 안에서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어떤 기적을 행하려 하는 아름다운 마술사의 몸짓 같다 견고한 것을 부드럽게 하고 메마른 것을 적시어주며 서로 다름의 대립을 섞이게 하는 화해의 힘을 일으키는 사랑의 주술이라도 행하려는 것일까 세상이 황량하고 쓸쓸하니 자연은 사람에게 화해의 선물을 보내오는가 적막한 들판이 허전할까 봐 들꽃을 피우게 하고 바람을 일으켜 풍경소리를 내게 하며 구름과 별과 눈과 비를 보내어 사람들이.. 2007. 2. 6. 새벽강 1월의 마지막 날 새벽의 강가에 낚시대 드리우고 가만히 앉습니다 겨울이면 묶여있는 저 나룻배 나 저 나룻배 오늘은 꼭 풀어서 담아도 담아도 모자랄 이유 모를 그리움.... 한 가득 실어 떠밀어 보내 버리렵니다 봄이 되면 나 다시 낚시대 들고선 그리운 냄새 낚으러 올지도 모르지만요 2007. 1. 31. 스펙트럼 마음이 어지러운 저녁, 나는 갑천을 찾는다 천변의 산책로를 천천히 따라 걷거나 가끔은 다리 위에서 어두워오는 갑천을 바라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형형색색의 가로등 불빛들이 밤의 수면 위에 비쳐 만들어내는 그림의 아름다움.. 어두운 강물이 투사해 만들어내는 빛의 스펙트럼.. 글을 쓰는 일도 저렇듯 일상의 삶을 저마다의 심경에 비추어 상을 지어내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에 비친 불그림자가 불빛보다 아름답듯, 일상의 지리멸렬함이 문학적 아름다움으로 형상화되려면 명경지수와도 같이 평정한 마음 상태가 먼저 다져져야 하지 않을까 깊고 잔잔한 물이 되는 일. 적막한 골짜기와 허무의 늪을 지나 침묵으로 흐르는 물처럼 살아 있음의 기쁨과 슬픔, 한숨과 그리움을 삭히고 가라앉혀 고른 화소의 액정화면을.. 2007. 1. 26. 이전 1 2 3 4 5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