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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겨울 강가에서

by 류.. 2007. 12. 17.

 

 

 

 

 


                흐르는 강물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비로소 가야 할 길을 찾은 것 같은 안도감에 긴 숨을 내쉬게 된다
                강물과 같은 방향으로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나도 강물과 하나가 되어 있다
                강가에 서면 지난 시간도 맞이할 시간도
                전혀 문제될 것 같지 않다는 평온함이 가슴 안에 가득 찬다.


                흐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살아있음인가 죽어있음인가 살아있다면 강물은 
                스스로의 힘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의 의지로 목적지를 향하고 있음일까 그러나 강물은 
                그저 흐름에 맡길 뿐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흐른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함이요, 질서요, 순응일 것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흐르지 못하는 강을 보는 것 같다
                계속 물이 불면 어디론가 생각잖은 곳으로 넘쳐 버리거나
                어딘가가 터져버릴 것이라는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막힘 투성이.. 막힘은 부자연함이요 반 질서요 거역이다
                내재된 아픔이나 슬픔이 돌출구를 찾지 못한 채 감금된 상태이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 것인지 방향을 찾지 못함이다


                삶은 흐르는 강물 같은 유연함과 질서를 가질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겨울강가.. 잎을 떨쳐버린 나무들이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겨울 강가에서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같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런데
                사람들만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뜻한 대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들을 하나보다
                하지만 순리를 따라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슬며시
                나도 무언가 잘못하고 있음을 깨닫고 만다
                자연스럽지 못한, 순리에서 벗어나 있는 나를 본다 그래서일까
                겨울 강가에 서서 흐르지도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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