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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술 마시는 이유를..

by 류.. 2005. 8. 22.

 

 

 

그날 저녁
우린 너무 많은 술을 마셨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속이 울렁거리고 몸을 가눌 수 없어
무척 힘이 들었는데..그날 흔들린건
몸만이 아니었습니다

집은 잘 찾아 가셨는지요?
저녁 시간에는 술 마시는 일 말고는
달리 할 일을 잊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요


술에 의존하는 이유가
흔히들 말하는..  달리 사는 낙이 없어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사실 그런 이유도 전혀 없지가 않으니
뚜렷한 이유를 대라면 그게 쉽지 않습니다
나만큼이나 술 즐기는..
그대는 그 이유를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꿈꾸는 것을 이루고 싶어하는 희망
그건 누구에게도 내재하고 있는 것일겁니다
굳이 끼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루지 못하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
만약 그런 것이 술에 빠져버리는 이유라면
나는 너무나 유약하고 심지 약한 사람이겠지요
난 쉽게 그것을 인정하고 싶어집니다
.....



어떤 책에서 읽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좋은 말을 많이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상대에게 덕이 되는 좋은 말을 할 자신이 없다면 침묵하라고 했습니다
지금 내 삶이 침묵해야할 때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론 그대를 만났을 때..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조차 그대는 받아주시리라 믿지만..


그대는..
매일매일 눈뜨면 보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 견딜 수 없다고
말씀하셨던가요 지천에 아름다운 그림들로 넘치는데
보여지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무엇을 그리 욕심내는가..하고
그럼에도 나는 어느 한 구석에선가 그대의 아픔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담담해서 너무나 아픈 그런..


그대..
곧 가을이 다가올 것입니다
이번 가을엔 그대와 가까운 곳에 함께 산책이라도
할 수 있는 시간 마련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가볍고 아름다운 만추 11월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좋은 사람과의 대화란 가장 낮은 소리로 말해도
가장 크게 듣는 그 마음은 아닐까요

만나면 늘 허튼 소리로 그대의 잔잔한 마음에
파문을 던지고 마는 나의 무례함까지 모두 용서해 주시고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리워 아프지
말고 올 가을은 잘 건너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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