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고 직장 마저 그만 두었을 때 적응이 정말 쉽지 않았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갑자기 너무 많아진 시간.. 그 시절 무엇을 하며 시간을 죽였던가...
기억하고 싶지 않다 다른 한가지..세상으로의 단절 세상을 잊는 일 그리고 내가 잊혀지는 일
그게 두려워 눈을 뜨기가 무섭게 조간 신문을 정독하고 텔레비전 뉴스를 들어가며 새롭게 변하는
세상을 향해 안간힘으로 매달리려 애쓴 적도 있었다 그러다 이내 깨닫게 되었다 내가 없더라도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다른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것 아니 관심가질
이유조차 없다는 것을..
그걸 느낀 순간부터.. 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세상에서 이젠 내가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울리지 않는 전화벨에 섭섭하지 않게 되었다 내게 관심 두지 않는 대상으로부터
나도 무심하게 되었다 나 없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 그 어쩔 수 없는 세상을 향한 실망감만 못지
않은 두터운 세월의 무게를 복부에 매달게 되었고 희끗희끗 흰 머리 생기고 웃을 때 주름이 지는
볼품없는 중년 사내가 되어 가고... 흐르는 강물처럼 때로는 낭떠러지도 만나고 더 큰 강줄기에
휩쓸리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잔잔한 호수에 도착해 더 이상 내 가슴에 아무런 흐름이 없다는 것
내 안의 깊은 곳에서는 썩어가는 생물과 가라앉은 쓰레기들과 호수 수면 위에 둥실 떠 있는 나뭇잎들...
그러나 흐르지 못하여 썩은 그 물위에도 가끔씩 꽃은 피운다는데 맑고 고운 연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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