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나태해지고 싶은,
흐린 주말 아침이다
엊그제 아버지 산소를 다녀오면서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가을을 보았다
들판은 어느새 황금빛으로 변해 가고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쏟아지고 있었다
곧 산 위에서 아래까지 붉은 가을손님이 내려오겠지
나는 이럴 때 마치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심정이 된다
계절의 열병은 환절기에 절정을 이룬다
나이와 상관없는 이 예민성, 정서불안을
나는 이해 못하지만..
어쩌겠나? 이것은
내 의지만으로 되는게 아닌 자연현상인 것을..
이 아침 커핏잔을 들고 컴퓨터에 앉은 건..
날씨도 그렇고..집에서
뭔가를 글적거리기 위해서였는데
이내 생각들은 하나 둘 모두 달아나고
남은 것이 그저 '가을'이라는 단어 뿐이다
이런 주말 집을 지키고 있다는건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일인가?
몸은 가만히 주저앉아 있기엔 원하지만
온갖 상념들이 나를 들쑤시는 데는 견딜 재간이 없다
결국 늘 하는 방식대로 할 수 밖에..
가을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
몸속 깊숙히 가을느낌을 받고 돌아오는 것..
그것만이 해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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