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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323

사라진 것들 위하여..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들이 많다. 살다 보면 사라져 가는 것들이 불쑥 애틋하게 눈에 밟혀 오는 때가 있다. 그중 생각나는 목록 몇 가지를 순서 없이 떠올려 본다. 골목길, 공중전화, 이발소, 정미소 등등. 한때 요긴했으나 지금은 기억에서 멀어진 생활의 세목들이 새록새록 눈에 밟혀 온다. ▲ 이재무 시인 미로처럼 어지러운 좁은 골목길은 생활에 다소 불편을 초래했지만 얼마나 많은 인정을 꽃을 피웠던가. 키 작은 처마 와 처마가 연달아 맞닿아 있어 한낮에도 짙게 그늘이 고여 있던 질척한 골목길. 이쪽 집 창문을 열고 저쪽 집 열린 창 문을 향해 갓 쪄낸 고구마나 옥수수, 밀개떡 등을 건네기도 하고, 송이눈이 내리는 겨울밤 술 취한 홀아비의 코 고는 소리가 낮은.. 2019. 6. 21.
[스크랩] 당신의 마음을 품는 책 속 빛나는 문장들 출처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글쓴이 : 박알미 원글보기메모 : 2018. 9. 23.
여행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여자도 첫키스도 첫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얼마나 눈부신가 다시는 안 돌아오는 한번 똑딱 한 그날의 부엉이 눈 속의 시계점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도 또한 좋은 일이다 그때는 몰랐다 안 돌아오는 첫밤, 첫서리 뿌린 날의 새벽 새떼 그래서 슬픔과 분노의 흔들림이 뭉친 군단이 유리창을 터뜨리고 벗은 산등성을 휘돌며 눈발을 흩뿌리던 그것이 흔들리는 자의 빛줄기인 줄은 책상도 의자도 걸어논 외투도 계단도 계단 구석에 세워둔 우산도 저녁 불빛을 단 차창도 여행을 가서 안 돌아오고 없었다. 없었다. 흔들림이 흔들리지 못하던 많은 날짜들을 스쳐서 그 날짜들의 어두운 경험과 홀로 여닫기던 말의 문마.. 2018. 6. 17.
삶의 비밀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를 때 저기 저 고갯마루까지만 오르면 내리막길도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만 더 가보자, 자기 자신을 달래면서 스스로를 때리며 페달을 밟는 발목에 한 번 더 힘을 주는 것, 읽어도 읽어도 읽어야 할 책이 쌓이는 것, 오래 전에 받은 편지의 답장은 쓰지 못하고 있으면서 또 편지가 오지 않았나 궁금해서 우편함을 열어 보는 것, 무심코 손에 들고 온 섬진강 작은 돌맹이 하나한테 용서를 빌며 원래 있던 그 자리에 살짝 가져다 놓는 것, 온몸이 꼬이고 꼬인 뒤에 제 집 처마에다 등꽃을 내다 거는 등나무를 보며, 그대와 나의 관계도 꼬이고 꼬인 뒤에라야 저렇듯 차랑차랑하게 꽃을 피울 수 있겠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 ​사과나무에 매달린 사과는 향기가 없으나 사과를 칼로 깎을 때 비.. 2018. 6. 9.
지고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이 너무 가슴에 사무쳐 볼륨을 최대한 높여놓고 그 음악에 무릎 꿇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깃발 위에 백기를 달아 노래앞에 투항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에 항복을 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싶은 저녁이 있습니다. 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너무 발버둥치며 살아왔습니다. 너무 긴장하며 살아왔습니다. 지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비굴하지 않게 살아야 하지만 너무 지지 않으려고만 하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 제 피붙이한테도 지지 않으려고 하며 삽니다. 지면 좀 어떻습니까. 사람 사는 일이 이겼다 졌다 하면서 사는건데 절대로 지면 안된다는 강박이 우리를 붙들고 있는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 강박에서 나를 풀어주고 싶습니다. 폭력이 아니라 사랑에 지고 싶습니다. 권력이.. 2018. 5. 29.
그리운 말 한마디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 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유 안진 ♬ Sammi Smith - De Grazia's S.. 2017. 7. 20.
우리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생각할 때 ..... 정말 우리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생각할 때 사실은 얼마나 모르고 있는 것인지……?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겨울이었다. 나는 모처럼 벼르던 여행을 가족과 함께 떠났다. 이것저것 계획을 세워보다가 결국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단체여행을 택하기로 했다. 여행이란 낯선 시간 속에 노출되면서 자유롭게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인데 개인의 자유와 호기심을 적당히 차단해버린 안전과 실비 위주의 여행코스가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가족이 함께 쉽게 움직이면서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을 선택한 것이었다.그러니까 그 여행은 어쩌면 여행이라기보다 관광이라고 불러야 옳은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첫날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나는 일행 중에 한 중.. 2017. 4. 6.
人生이란 그런거다 세상에는 재능과 행운을 부여받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굉장히 공부를 잘 해서 일류대학을 나와 큰 회사에 취직해서 잘 나가는 사람 굉장히 운동신경이 좋아서 올림픽이나 프로선수로 활약하는 사람 굉장히 요리를 잘 해서 매일밤 예약으로 가득 차는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 굉장히 노래를 잘 해서 화려한 스테이지에서 갈채를 받는 사람 굉장히 얼굴이 예뻐서 오는 사랑을 원하는대로 손에 넣는 사람 굉장히 센스가 좋아서 옷이나 집, 인생 자체를 디자인하는 사람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주 극소수 선택받은 이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두 특별히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며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유행에 맞춰서 자신을 바꿔보고 손에 닿지 않는 사랑에 한숨을 쉬면서 지루하고 단조로운 매일에 타.. 2017. 2. 9.
사소한 것의 진실 어떤 청년이 숲속에서 애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나 애인이 보고 싶은지 못 견딜 정도로 조바심이 났다. 그때 한 난쟁이가 나타나서 그 청년에게 노란 조끼를 주면서 유혹했다. 이 조끼를 입고 단추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애인이 빨리 보고 싶었던 그 청년은 얼씨구나 하고 그 조끼를 받아 입고는 "빨리 애인 이 왔으면"하고 단추를 돌렸더니 애인이 바로 옆에 와 있지 않은가? 청년은 너무나 신이 나서 "빨리 결혼을 했으면", "예쁜 딸아이를 하나 가졌으면"하고 계속 단추를 돌렸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의 단추를 더 돌리다 보니 어느새 이제 한 번만 더 돌렸다가는 자신이 늙어 죽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야 청년은 몇 번의 큰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삶이 무슨 의미가.. 2017.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