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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113

홍매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2007. 3. 5.
꿩의 바람꽃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4~5월에 겉에 연한 자주색이 도는 백색의 꽃이 핀다 원줄기 끝에 한 개의 꽃이 피는데, 꽃잎이 열두 장으로「바람꽃」무리 중 꽃이 큰 편이고 저녁에는 꽃이 오므라들며 해가 뜨면 다시 펴진다 새가 숨어 우는 줄 알았는데 나무에 핀 꽃들이 울고 있었다 화병에 꽂으려고 가지를 꺾으려다가 그 마음을 뚝 꺾어버렸다 피 흘리지 않는 마음, 버릴 데가 없다 나무의 그늘에 앉아 꽃 냄새를 맡았다 마음속엔 분화구처럼 움푹 패인 곳이 여럿 있었다 내 몸속에서 흘러내린 어둠이 파놓은 자리, 오랜 시간과 함께 응어리처럼 굳어버린 자국들 그 자국들을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을 때 깊고 아린 한숨만 쏟아져나왔다 꽃 냄새를 맡은 새의 울음에선 순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의 힘으로 새는 사.. 2007. 3. 4.
동백꽃 시간이 좀 늦었지만 우리 모두 선운사에나 가지요 삶이란 무엇인가 따위로 심사가 사나와 있는 중년의 애인을 데리고 마음은 한결 같으나 의견은 한다발로 묶여지지 않는 저녁날 우리 모두 선운사에 가 마음 고생에 헐벗은 영혼을 달래며 좀 늦은 저녁 공양이나마 청해 들지요 막차를 타고 선운사에 가보면 모두 다 알게 되지요 남의 상처도 내 것처럼 아프고 별스러운 게 다 슬프고 서러워 밤새도록 불면의 베개에 이마를 파묻을 때 그것이 바로 삶의 방식이 아니겠냐고 아득히 물어오는 동백꽃이 있다는 것을 선운사 붙박이 식구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 애절한 사연을 알고 있었지요 -선운사/전연옥 2007. 2. 27.
흰제비꽃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땐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 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조동진 2007. 2. 24.
시크라멘 2007. 2. 23.
변산바람꽃 서해 변산반도를 비롯하여 광양 백운산, 여수 돌산도, 진안 마이산 등지에서 자라는 한국특산종 [절분초]라 불리기도 하며 미나리아재비과의 다년생초본. 중부,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해안산지에 자생하며 처음으로 변산반도의 해안지에서 발견되어 그 이름이 [변산바람꽃]이라 한다 이건 너도바람꽃 2007. 2. 20.
매화 작년에 피었던 꽃 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 피어 새롭습니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 납니다 이렇게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 눈물로 서서 바라보는 것은 꽃 피는 그 자리 거기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이 꽃 핀들 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김용택 2007. 2. 14.
노루귀 이른 봄, 잎 보다 꽃이 먼저 피는 노루귀.. 자주색으로 피나 하얀색 또는 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3갈래로 나누어진 잎은 토끼풀의 잎과 비슷하며 꽃이 진 다음에 뿌리에서 나오는데 털이 돋은 잎이 노루귀 같다고 붙여진 이름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신 햇빛 아래 소리 없이 핀 작디작은 풀꽃들 녹두알만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고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떼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 2007. 2. 10.
봄소식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이해인,봄이 오면 나는 2007.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