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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景49

영동, 송호리의 가을 영동 송호리의 가을 우리가 고향의 목마른 황톳길을 그리워하듯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내게 오래오래 간직해 준 그대의 어떤 순결스러움 때문 아니라 다만 그대 삶의 전체를 이루는, 아주 작은 그대의 몸짓 때문일 뿐 이제 초라히 부서져 내리는 늦가을 뜨락에서 나무들의 헐벗은 자세와 낙엽 구르는 소리와 내 앞에서 다시 한 번 세계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내가 버리지 못하듯이 내 또한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하찮게 여겼던 그대의 먼지, 상처, 그리고 그대의 생활 때문일 뿐 그대의 절망과 그대의 피와 어느 날 갑자기 그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어져 버리고 그대가 세상에게 빼앗긴 것이 또 그만큼 많음을 알아차린다 해도 그대는 내 앞에서 행여 몸둘 바 몰라 하지 말라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 2009. 10. 19.
금산,보석사 전나무숲 보석사는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진악산 남동쪽 기슭에 자리잡은, 신라 헌강왕 12년(885년) 조구대사가 창건한 고찰, 절을 세울 당시 절 앞산에서 케낸 금으로 불상을 만들어 이름을 보석사라 했다고.. 보석사의 매력은 일주문에서부터 대웅전 오르는 나무계단까지 좌우로 늘어서 있는 전나무 숲길이다 200미터에 불과한 소박한 산책로지만 하늘을 향해 곶추선 고목나무 사이를 느릿느릿 걷기만 해도 저절로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느낌.. 길이 끝나는 지점에 서 있는 수령 1.100년 된 은행나무도 빼먹을 수 없는 보석사의 볼거리이다 2009. 6. 8.
고흥, 포두의 여름 그냥 걷고 싶을 때가 있다. 불볕을 이고 찐득거리는 아스팔트길을 지나 푸성귀들이 아무렇게나 무성한 들길을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가위 눌리고, 끝없이 악몽에 시달리는 시간을 빠져나와 발길 닿는 데로 아무렇게나 시간을 문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푸성귀들처럼 고개 쳐드는 시름들을 더러는 물 위에 띄우고, 바람에 날리거나 뜬구름에 실으며, 내 마음의 파도도 재우고 들길의 푸성귀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뜨거운 햇발을 받아들이며 언제나 가슴을 열고 있는 이 벌판에서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어제도, 오늘도, 어쩌면 내일도.. 2009. 5. 31.
언양 간월재,가을억새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 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2008. 10. 18.
제천 청풍호 깊은 밤일수록 더욱 깊게 흐르는 강물 매일 밤 밤마다 베개 밑, 모서리를 적시며 돌돌돌 쉬임 없이 흐르는 맑은 강물 세상살이 어찌타가 마음 상하여 돌아온 밤이면 더욱 더 유유하게 흐르는 강물 소리 나 언제부터 이 강가에 살아왔던가? 헤아릴 수 없이 멀고 먼 나의 아득한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내 삶의 풍향계 오늘 밤도 어인 일로 무연히 이 강가에 서서 알 수 없는 슬픔으로 울고 있는가 2008. 10. 8.
나주 지석천의 해질 무렵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 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 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 으로, 내리고 싶다 -황동규의 '시월' 중에서 2008. 9. 28.
영광 백수해안도로의 일몰 문득, 미열처럼 흐르는 바람을 따라가서 서해바다 그 서럽고 아픈 일몰을 보았네 한생애 잠시 타오르던 불꽃은 스러지고 주소도 모른 채 떠날 채비를 하듯 조용히 옷을 벗는 해안선을 보았네 아, 자연 당신께 드리는 나의 선물은 소슬히 잊는 일뿐 더운 호흡으로 밀려오던 눈과 파도와 비늘 같은 욕망을 잊는 일뿐이었네 잊는다는 일 하나만 보석으로 닦고 있다 떠나는 날 몸과 함께 땅에 묻는 일이었네 -바다 앞에서/문정희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무는 곳 곱씹을수록 좋은 것이 있다 처음에는 귀하고 소중한 줄 잘 모르다 속내를 알고 나서 점점 더 좋아지게 되는 것. 그런 사람이 있고, 그런 물건이 있고, 그런 장소가 있다 전라남도 영광의 ‘백수 해안도로’ 가 바로 ‘그런 곳’이다.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더 좋아지는 .. 2008. 9. 15.
완주 대둔산 단풍 마침내 이루지 못한 꿈은 무엇인가 불붙는 가을산 저무는 나무등걸에 기대서면 내 사람아, 때로는 사슬이 되던 젊은 날의 사랑도 눈물에 스척이는 몇 장 채색의 낙엽들 더불어 살아갈 것 이제 하나 둘씩 사라진 뒤에 여름날의 배반은 새삼 가슴 아플까 저토록 많은 그리움으로 쫓기듯 비워지는 노을, 구름도 가고 이 한때의 광휘마저 서둘러 바람이 지우면 어디로 가고 있나 제 길에서 멀어진 철새 한 마리 울음 소리 허전하게 산자락에 잠긴다 -김명인, '가을산' 이런 아름다움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 Steve Raiman - Dreams 2008. 9. 8.
함양 마천의 다랭이논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해 오는 2011년까지 완공 예정인 국내 최초 장거리 도보 트레일 ‘지리산길’(전체 예정구간 300Km)의 시범구간 약 20.8㎞가 지난 4월27일 개통됐다 이번에 선보인 도보길 중 제1구간인 ‘다랭이길’은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에서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까지의 10.68㎞로 전체 구간을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길이다 1구간의 출발지점인 남원 매동마을에서 해발 700여m의 등구재를 숨 가쁘게 넘어서면 경상도 함양땅에 닿는데 중봉∼천왕봉(1915m)∼제석봉 능선이 뚜렷한 경상도의 첫 마을이 바로 닥종이(한지) 생산지로 유명한 창원마을이다 전북과 도계를 이루며 마을 서쪽을.. 2008.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