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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景49

합천 오도산 운해 흔히 합천.. 하면 사람들은 해인사나 철쭉으로 유명해진 황매산을 떠올리는데.. 물론 유서깊은 사찰 해인사나 황매산 바람언덕에도 볼 것이 많음엔 틀림없지만.. 나는 오늘같이 하늘이 파랗고 뭉게구름 멋진 날이면 묘산면에 있는 오도산(1133m)를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첩첩의 산들이 빚어내는 오묘한 아름다움,솜뭉치를 깔아놓은 듯, 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을 운해.. 그런건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하지만 비개인 맑은 날 간다고 오도산의 환상적인 운해를 늘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도산 산신령은 심술이 심해서 아무리 좋은 날을 잡아서 가도 좀처럼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내게도 오도산의 운해를 제대로 볼 수 있었던 단 한번의 기회가 있었다 지난 해 여름 어느 날.. 진사들이 즐겨찾는 V.. 2008. 7. 8.
포항, 양포방파제 저 물빛같이 살 수는 없을까 아침이 활발한 물고기처럼 살 수는 없을까 떠날 것은 다 떠나 보내고 혼자 남아 있는 섬 아침마다 새로워지기 위해 빗장을 푸는 바다 말미잘들의 노래도 죄다 알아듣는 해안선 온종일 물의 손가락이 애무하는 것은 천 조각 물살뿐 거머쥔 손이 먼저 은(銀)이 되는 것은 물결뿐이다 누구라도 바다같이 사는 것은 어렵겠지만 누구라도 물살같이 사는 것은 쉬운 일이다 슬플 땐 눈시울 적시며 쟁쟁쟁 울음 울고 기쁠 땐 찰싹찰싹 물의 현을 켜며 노래 할 수 있는... -이기철시인의 '양포' 중에서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리 소재, 방파제 길이 7백미터가 넘는 동해 남부권 최대의 방파제 수중여가 잘 발달되어 있고 곳곳에 유실된 테트라포드가 산재해 있어 봄가을 최고의 방파제 낚시터.. 찌낚시에는.. 2008. 7. 4.
군산 선유도 선유도는 군산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50Km) 걸리는 고군산열도의 한가운데 위치하며 서해의 인기높은 여름피서지중 하나.. 20 여개의 섬중 선유도,무녀도,장자도,대장도등 큰섬 4개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다 선유도에는 자동차가 다닐 다리와 길이 없다 그래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딱 제격이다 때로는 바닷가를 달리고 때로는 숲을 지나는 오솔길의 운치가 참 좋다 선유도해수욕장과 장자도 사이의 구간만 아니면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쉽지 않다 너무 호젓해서 사람들이 기다려지는 경우조차 있다 그럴 즈음이면 한적한 바닷가에 숨은 듯이 들어앉은 마을이 나타난다 위 사진은 대장도 높은 곳에서 촬영한 선유도와 무녀도 * 선유 8경 1.선유낙조 2.평사낙안 3.망주폭포 4.삼도귀범 5.장자.. 2008. 6. 23.
무주 적상산 운해 신의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계절.. 가을에만 적상산은 빛난다고 누군가 내게 얘기했지만 그건 적상산을 잘 모르는 소리.. 무주 적상산 해발 1200미터 양수발전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화려한 단풍도 물론 아름답다 그러나 초록의 계절 유월 새벽에 적상산을 올라보라 구름 위를 산책하는듯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잠시 말문이 막힐지도 모른다 그대 앞길을 환히 밝히는 빛나는 저녁별이 되게 하소서 암흑이 드리워질 때 그대 가슴에 진실이 녹아들게 하소서 외롭고도 외로운 길을 걸어서 그대 고향을 떠나 얼마나 먼길을 왔던가 암흑이 다가와도 믿음으로 나아간다면 길을 얻을 것이오 암흑이 드리워져도 그 약속은 그대 안에서 살아서 움직이리니 어둠 속 망령들의 외침을 떨쳐버리게 하소서 낮같이 불밝히는 그런 여정이 되게 하소서.. 2008. 6. 19.
화순 세량리저수지 가을날의 세량리저수지 복사꽃이 한창인 세량리저수지 도화는 홀로 피어 있을 때는 좀 처연하지만 무리지어 피어 있을 때는 분명 사람을 압도하는 미가 있다 복숭아농원의 나무들 사이로 들어서자 나는 아득한 현기와 멀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쩌면 향기 탓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나는 눈앞의 가지를 끌어다 너무도 완벽하여 마치 조화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복사꽃을 코끝에 대고 향기를 맡았다 바람이 살랑 불었지만 향기는 미미했다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꽃이 이렇게 화려한데 향기까지 매혹적이라면 얼마나 얄미울 것인가 ..... 세량리저수지는 화순읍에 있는 작은 저수지... 지도에는 세량제로 나와 있다 나주호로 낚시를 다니다 알게 된 곳인데.. 봄에는 야생벚꽃과 복사꽃, 여름에는 물안개.. 그리고 가을엔 단풍이 이국적인.. 2008. 5. 23.
강구항의 새벽 그리움이란 것은 내가 멍 하니 하늘을 볼 때나 불면의 앞을 서성일 때면 분비물을 흘려 둥지 속을 들추이게 하는 고약한 습성이 있다 그러면 나는 넋잃은 사람처럼 애수를 메고 항구에 서성인다 어둠이 소리 없이 닻을 내리고 물안개가 항구를 품고 누우면 외로 누운 배들은 신경통이 도져 뒤척인다 저마다 가슴에는 갯바람을 연인인양 품은 뱃사람들 빗금 그은 좁다란 골목길 따스한 불빛 찾아 하루살이처럼 모여들고 포장마차 실내엔 언제 바닷물이 만조가 되었을까 파도 따라 갈매기소리 후득이는데 나만 적막한 섬이 되어 더 가까이 부를 수 없는 이름 앞에 서성이지만 어느 누구의 눈언저리에도 닿지 못한다 몇 몇은 채워지는 술잔만큼 하루가 무거워 자꾸만 머리가 앞으로 쏠리고 몇 몇은 달아오른 취기에 거친 언어로 연탄 석쇠 위 장어.. 2008. 5. 15.
순천 와온해변 내 안에도 출렁이는 물결이 있다 밀물이 있고 썰물이 있다 수만 개 햇살의 꽃잎을 반짝이며 배를 밀어 보내는 아침바다가 있고 저녁이면 바닥이 다 드러난 채 쓰러져 누워 있는 질척한 뻘흙과 갯벌이 있다 한 마장쯤 되는 고요를 수평선까지 밀고 가는 청안한 호심이 있고 제 안에서 제 기슭을 때리는 파도에 어쩌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래성이 있다 내 안에 야속한 파도가 있다 파도를 잠재우려고 바다를 다 퍼낼 수도 없어** 망연히 바라보는 밀물 들고 썰물 지는 바다 갯비린내 가득한 바다가 순천만으로 가는 863번 지방도로... 이 길은 늘 한산하다. 길의 끝에 ‘여수’라는 이름의 꽤 아름다운 항구 도시가 자리하고 있지만 여수로 가는 여행객과 화물을 실은 차들은 메인 로드인 17번 국도를 이용하게 마련이다 봄 내내 산수.. 2008. 2. 2.
얼어붙은 임진강의 겨울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면 임진강가에 선다 아주 잠깐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강물을 바라본다,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얼굴 내 마음엔 어느새 강물이 흘러 들어와 그 사람의 얼굴을 말갛게 씻어 준다 그래, 내가 미워했던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얼굴에 끼여 있던 삶의 고단한 먼지, 때, 얼룩이 아니었을까? 그래,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 임진강가에 서면 막 세수를 한 아이의 얼굴 같은 강물만, 강물만 반짝이면서 내 마음의 찢어진 빈틈으로 스며들어 온다 내가 미워한 것은, 내가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가 죽도록 미워지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서서 새벽 강물로 세수를 하라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그대가 미처 보지 못했던 치욕스러운.. 2008. 1. 21.
해남 고천암 가창오리 군무 철새도래지 해남 고천암(고천호) 영화 '서편제'와 '살인의 추억' 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곳 11월 중순이면 고천암에는 만개한 갈대꽃이 솜처럼 부풀어 오르고, 가창오리떼의 화려한 군무도 볼 수 있다 고천암호 일대의 갈대밭은 지난 1981년 고천암 방조제 축조 이후에 생겨났다 갈대가 무성하게 된 것은 저습지로 잡석이 섞이지 않은 질이 좋은 갯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갈대밭이 조성된 이후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각광받고 있다 매년 늦가을이면 가창오리떼가 날아오기 시작해, 11월 하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25만 여 마리의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철새들의 군무는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운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 하루중 해지기 한 두시간 전부터 완전히 어두워지기 직전까지가 새들의.. 2007.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