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風景

얼어붙은 임진강의 겨울

by 류.. 2008. 1. 21.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면
                  임진강가에 선다
                  아주 잠깐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강물을 바라본다,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얼굴
                  내 마음엔 어느새 강물이 흘러 들어와
                  그 사람의 얼굴을 말갛게 씻어 준다
                  그래, 내가 미워했던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얼굴에 끼여 있던 삶의 고단한 먼지, 때, 얼룩이 아니었을까?
                  그래,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
 
                  임진강가에 서면 막 세수를 한 아이의 얼굴 같은 강물만,
                  강물만 반짝이면서 내 마음의
                  찢어진 빈틈으로 스며들어 온다
                  내가 미워한 것은, 내가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가 죽도록 미워지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서서
                  새벽 강물로 세수를 하라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그대가 미처 보지 못했던
                  치욕스러운 삶의 눈물을 보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강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라
 
 
                 -임진강가에 서서/원재훈
 
 

 

 

'風景'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구항의 새벽  (0) 2008.05.15
순천 와온해변  (0) 2008.02.02
해남 고천암 가창오리 군무  (0) 2007.12.02
제주 성산포 우도  (0) 2007.11.19
무주 설천봉의 설경  (0) 2007.11.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