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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景

고흥, 포두의 여름

by 류.. 2009. 5. 31.

 

그냥 걷고 싶을 때가 있다. 
불볕을 이고 찐득거리는 아스팔트길을 지나
푸성귀들이 아무렇게나 무성한 
들길을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가위 눌리고, 끝없이 
악몽에 시달리는 시간을 빠져나와 
발길 닿는 데로 아무렇게나
시간을 문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푸성귀들처럼 고개 쳐드는 시름들을 
더러는 물 위에 띄우고,
바람에 날리거나 뜬구름에 실으며,
내 마음의 파도도 재우고  
들길의 푸성귀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뜨거운 햇발을 받아들이며
언제나 가슴을 열고 있는
이 벌판에서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어제도, 오늘도, 어쩌면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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