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들의 이름 짓는 방법은 매우 신비스럽다
그들의 언어는 보석으로 세공되기 직전, 천연 원석처럼 순수하다
인디언들은 자연과 지혜롭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각별한 순간에 앵글을 맞춘다 그로 인해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합리적인 이름이 붙여지게 된다
아기가 태어날 때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면 바람의 아들이라거나
새가 울었다면 새의 울음소리라고 짓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름을 무덤까지 고스란히 가져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다른 이름이 주어지기에 집착을 할 필요도 없다
바람의 아들이 성장해서 춤을 잘 춘다면 위대한 춤꾼이라든지
악기를 잘 다루면 숲 속의 악사로 바뀐다
그들에게 다른 재주가 생겼거나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다면
그것과 연관된 이름을 갖게 된다 그들의 이름은 결코 해독하기 힘든
의문의 낱말이 아니라, 반짝이는 예지와 충분한 경험으로 이루어진 의미있는 문장이다
인디언들이 사물에게 붙여주는 이름 또한
전쟁에서 승리한 곳을 평화의 언덕이라든지,
그 곳에서 꿈을 꾸었다면 꿈꾸는 언덕이라고 고쳐 부르는 식이다
인디언들 모두가 시인이고 춤꾼이며 종합예술가인 듯싶다
이름 짓기만 보더라도 언어를 다루는 탁월한 능력을 짐작하게 한다
가끔 내가 아니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아는 이들도 더러는 새롭게 이름과 의식을 바꿨으면 좋겠다
고정관념이란 사람을 얼마나 부담스럽게 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을 단편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박제된 시각에 묶어놓고 거울 뒤쪽의 진실을 보려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따뜻한 심성이 장점일 수 있다
비굴한 사람에게 상냥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해박하지만 교만한 사람에게
바르게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칭찬은 약이 된다
과분한 그릇에 자신을 다듬고 맞춘다는 것은 축복할 만한 성장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친구를 일컬어
'나의 슬픔을 함께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세상의 어떤 말로 친구의 존재를 표현해도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으리
서정적이면서 정감이 물씬 묻어난다
인간적인 언어에 매혹 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애달프고 맘이 시리다
어느 누가 나의 슬픔을 함께 지고 갈 것인가
나는 어떤 이의 슬픔에 서슴없이 동행할 수 있을까
사는 것은 고단하고 갈 길은 멀다
타인의 슬픔을 맞잡아 주는 손은 참으로 성스럽다
그 옛날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을 맨발로 누비던
넉넉한 품성의 인디언 여인이 그립다
문명인일 수밖에 없는 나는 지금 너무나 고립되어 있다
김채영
The Best of Indians - Anan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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