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작업실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청광도예원.
보성 대원사 가는 길목에 있는 이 한옥에선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다.
바로 옆에는 주인 김기찬씨의 도예공방이 있다.
조선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김씨는 몇 년전부터 작업실 터를 찾아다니다
여기 와서 비로소 "이곳이구나!" 했다. 300년 넘은 느티나무가 마을 입구에 서있는 것도
정겹고 든든하고 저만치 주암호가 내다보이는 것도 눈을 맑게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작업실만 지으려다 찻집을 함께 내었다. 이 좋은 풍경을 혼자만, 자기 가족들만
누리기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잔멋 부리지 않고 소박하고 간결하게 만든 나무의자에 앉으면 마당의 키 큰
감나무들이 눈에 안기고 그 너머로는 주암호가 펼쳐진다.
집짓느라 지난해부터 이곳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다 지켜본 김씨는 계절마다 모두
그 나름의 맛이 있지만 그중 제일은 봄이라고 말한다. 대원사 들어가는 그 긴 길이
온통 벚꽃으로 뒤덮이기 때문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벚꽃길이 여기 창가에선
한눈에 내다보인다. 잎을 다 떨궈버린 벚나무길을 보며 다가올 봄을 꿈처럼 그려보게 된다.
예전에는 한쪽에 고이 모셔두고 바라보는 작품들을 만들고 싶었지만 이제는 늘 사람들의
손길이 닿고 만지고 쓰여지고 정이 담기는 생활용품들을 만들고 싶다는 김씨는 자신이
만든 그릇들에 음식을 내고 자신이 만든 다기에 차를 낸다. 때문에 주인이 만든 그릇들에
음식을 대접받는 기쁨이 있다. 눈여겨보면 곳곳에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전등갓도 도예작품이고 바닥이나 벽은 물론 화장실문에서도 도예타일들을 만날 수 있다
김씨가 만든 생활도자기와 다기류는 이곳에서 전시판매되고 있다. 가격표를 붙이진
않았다. "이거, 얼마에요?" 그렇게 물어보며 시작되는 대화로 손님들과 말한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은 마 음에서다.
이곳에선 차뿐만 아니라 녹차항아리수제비(6,000원)도 먹을 수 있다. 배추김치 갓김치
시금치나물 콩나물…반찬수는 몇가지 되지 않으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워 '밥한숟갈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쯤 공기밥도 나온다
식사를 마치고 마실 수 있는 차들도 일반 찻집의 커피나 티백 녹차와는 달리 석류차,
솔잎차, 보성녹차 등 특색 있는 우리의 차들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 오면 그야말로 오감 대만족이다. 청광도예원까지 이르는 길과 도예원 주변의
자연이 눈과 귀와 코를 자극하고 도자기 체험을 통해 손으로 느껴지는 진흙의 촉감,
체험 후 먹는 음식들의 색감과 냄새, 입안에서 씹히는 느낌, 차에서 우러나는 색과 향기,
혀끝으로 전해오는 독특함까지.
“이곳을 단순한 음식점으로 느끼게 하기 보다는 멋을 즐기고 가는 집으로 다녀가신
분들의 기억 속에 오래토록 남기고 싶습니다.”
주인내외의 바람이 그대로 전해져서일까 이곳을 한번 왔던 이들은 뭐 대단한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의기양양하게 다음번엔 지인(知人)을 데리고 나타나기 일쑤란다.
이렇게 알음알이로 찾는 사람들이 제법 되는데, 서로 생면부지의 사이였다가도 여기서
친구가 되기도 한다. 본시 같은 심성을 가진 사람들은 같은 곳을 좋아하기 마련,
자연을 마음껏 음미하며 삶의 여유를 찾는 이라면 누구든 이곳을 좋아하고 그네들과
쉬 동화될 것이다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직접 빚어 구운 도자기를 가져갈 수 있다. 비틀어지고 이지러진
모양의 도자기가 더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은 그 속에 자신의 체험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도자기를 볼 때 마다 그들은 이곳 청광도예원을 떠올릴 것이다
가는 길 : 보성에서 주암호를 오른쪽에 끼고 화순방향으로 가다가 대원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 대원사계곡으로 가다보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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