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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선택적 기억력

by 류.. 2004. 11. 1.

 

 



난 아직 총기가 있고.. 기억력 또한 쓸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택적 기억력 면에서 낙제인가 보다 서점의 많은 책들 가운데서 작은 문구 하나 단번에 찾아내는 그런 점엔 스스로 놀라기도 하지만.. 쓸데없는 기억을 오래 붙들고 있다는건.. 오히려 피곤한 일이다 골치 아픈 것은.. 잊어버려도 괜찮은 일들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것.. 얼마나 많은 말과 생각들이 머리에 스쳐 나의 수면과 일상을 방해했는지.. 한때는 나의 닉네임을 레테로 할까도 생각했다 기억하지 말아도 될 일을 깡그리 지워내고 싶기 때문에... 어제 커핏물을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샤워하러 들어가서..불이 나기 직전에 발견했다 그 화기와 탄내를 느끼면서도 나는 무신경하게 외면했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망각은 그런 것이 아닌데, 정작 필요한 것을 잊고 치명적으로 우울한 기억이 선명해지거나 기억할 필요없는 사소한 것들을 마음 속에 잡고 있는 것..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개인에 따라 찾아오는 레테의 증상도 각각 다른 법인가... 동시에 욕실과 주방 수돗물을 켜놓은채 외출을 하고 가끔 전화를 들고 전화기를 찾는 황당함에 어이없어 하고.. 일상에 도움되지 않는 기억들이 눈을 뜨나 감으나 물에 담은 마른 미역처럼 되살아나 머리가 아파서 눈을 못뜰 정도이니..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잊을 것만 까마득히 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0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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