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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화분을 보며

by 류.. 2004. 11. 1.

 

당신이 곁에 있다면.. 만산에 다투어 피는 꽃잎만큼 "사랑해" "사랑해"를 속삭이고 싶은 아침입니다 겨우내 시들시들했던 난초의 누런 잎을 가위로 잘라내고 영양제를 꽂아주고 스프레이를 뿌려주었더니 난초잎이 생기가 넘칩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사랑으로 사는 건 같습니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작은 바람에도 사소한 병에도 금방 시들해지니까요 올해는 지난 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난초가 꽃을 피웠습니다 남도여행길 화개장터에서 샀던 더덕나무(?)도.. 싹을 틔워 제법 자랐습니다 오월이 되면 지난 해처럼 왕관 모양의 꽃이 피겠지요 좁은 베란다를 생각해서 많은 화분을 가꾸는 것도 실은 걱정이 됩니다 더덕이 자라 길게 줄기를 뻗어 키 작은 것들을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그러나 그들은 모두 그렇게 어울려 사는 존재들이니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결국 어느 세상이나 약육강식할 것이고 소멸과 생성의 균형은 깨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공생할 테니까요 그대.. 내가 베란다의 난을 바라보는 이 순간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아무래도 우린 너무 멀리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졌다고 마음까지 멀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멀어질수록 더 깊고 가까워지는 당신을.. 이 아침.. 창가에 가득한 봄처럼 느끼고 있습니다

 

20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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