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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싹...

by 류.. 2004. 11. 1.

 

 

        흔히 "싹" 하면 연두색 여린 잎만을 연상하지만 나는 언제부턴가 "싹" 하면 내 몸에서 나날이 리얼하게 일어나는 현상을 떠올린다 나이탓인가.. 이것은 어느 계절에나 고루 나타나는 일이나 유독 이 봄엔 "싹"의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게 문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고 사람들은 말하는데.. 나는 그것에 쉽게 동조할 수가 없다 나에게서 매일 솟아오르는 싹은 연록의 새싹이 아니라 까만 머리칼을 헤치고 의기양양 막무가내로 솟구치는 흰머리인데 새로 돋아난다 하여 그것도 싹이라 고집하기엔 좀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늙은 싹이라 해야하나? 세상에 늙은 싹도 있는가? 그러나 나는 굳이 그것도 싹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흰색이거나 연두색이거나 어리거나 늙었거나 싹은 싹이니까.. 내 몸밖으로 나오는 싹은 이미 흰색으로 변했으나 내 안에서 자꾸만 움트는 싹은 여전히 연두색이라 믿고 싶은 봄... 200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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