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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홍도야 울지마라

by 류.. 2004. 11. 1.

 

홍도야 울지마라...오빠가 있다.

대포집 작부의 치마자락에 묻어 나옴직한,

촌스러운 신파극이거나 무성영화인듯 뇌리에 스치는 그 노래를..

누군가에게 불러주고 싶은 때가 있었다

 

사춘기때이던가.. 첫사랑의 기억..

늘 남자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던 한 女子..

나는 그녀를 항상 바라보았지만 내가

사랑받을 순번은 아주 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를 알았던 순서로야 내가 가장 먼저였으나..

그는 언제나 많은 남자들의 흠모와 호기심을 끌어내는 사람이었기에

가장 가까운 듯하면서도 나는

변방의 전사처럼 고독하게 그를 멀리 떨어져 지켜봐야 했다

 

코스모스를 입에 문듯한 여자..

국문학 전공에..작가 지망생이었고

명랑하고 활달하고 무엇보다 뛰어난 외모가 주위를 환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전성기는 오래동안 계속되었고

나도 그녀가 늘 그렇게 살아주기를 바랬다

그 시절 그녀는 희망이었고 빛이었니까..

 

그러나 간혹.. 그녀의 빛이 사그라들기를 희망했던 적도 있었다

그녀가.. 남자에게 버림받고..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결국에는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인격파탄자가 되는 그런 상상..

그랬다면 나는 혹독한 처지에 놓인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불러줄 수 있었을까..

나만의 그녀가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지금도 나는 술기운을 빌어서

조금은 처량하게 홍도야..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지껏 노래방에서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던 그 노래를..

 

다시 누군가를 위해

신파배우처럼 울고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노래하고 싶다

비록.. 그녀기 꽃무늬 한복을 입은 홍도는 아니겠지만

난 기꺼이 그녀의 오빠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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