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천장호에서/나희덕
봄이 되어도 얼음이 풀리지 않는 호수 하나 있다
한때 햇빛 받으면 기쁨이 반짝이고
비 오면 즐거움이 찰랑거리고
흐리면 우울함이 그렁거렸으나,
헤어짐과 등돌림과 어이없음을 겪은 후 그래서
생긴 파문이 가라앉을 무렵...
더는 반짝이지도 찰랑거리지도 우울해하지도 않게 된...
무덤덤해진... 아니, 녹기를 두려워하는,
그런 호수 하나 있다
아직 바람이 차다.
2004.3.11
'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일주일 앞두고 (0) | 2004.11.01 |
---|---|
홍도야 울지마라 (0) | 2004.11.01 |
경칩에 내린 눈.... (0) | 2004.11.01 |
포구기행 (0) | 2004.11.01 |
그리운 것들은... (0) | 2004.1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