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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그리운 것들은...

by 류.. 2004. 11. 1.

 

어제 본 금강 물빛은 참 아름다웠다

장마철처럼 사납지도 않고 그렇다고 혹한기처럼 딱딱하게 얼어 붙지도 않은 강..

유속은 흐르긴 하되 멈춘 듯한 속도였고 강의 수량도

며칠전 이 지방에 내린 눈 때문인지 적당히 불어 있었다

강에 하체를 담그고 있는 산들이 강물과 어울려 겨울에서 봄에게로 가는

해동의 부드러운 풍경을 보여주었는데

1월 한달 내내 눈 덮힌 산만 바라보고 있어서일까

강이 그렇게 새로워 보이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었다

내가 자주 찾는 대평리는 금강줄기 중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봄에는 수많은 종류의 들꽃이 피고.. 가을엔 갈대숲에서 오리들이 노니는..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강..

 

강이 시종 반듯한 수로를 따라 일자로 흘러간다면 그건 얼마나 메마른 풍경을 줄까?

강이 아름다운 것은, 주위의 많은 것들이 자신을 자신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더러는 배경으로 더러는 배경도 아니게 존재하면서 조화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화합과 조화를 벗어난 혼자만의 아름다움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나는 강물이 유연하게 흘러가는 것에 대해 경이로워하고 있었다

가끔은 늘 있는 것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왔을 때

그것의 생명은 재탄생되기 마련이다

 

아버지 산소 다녀오던 길..

나는 이파리를 모두 떨구고 검은 그림자만으로 서있는 겨울나무들과,

붉은 노을과, 강 건너 하나 둘 켜지는 온기를 가진 사람 사는 마을의 가로등 불빛들과,

강기슭을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산 그림자와 보낸

그곳에서 짧은 시간들이 마치 딴 세상을 걷다가 온 것처럼 신선하고 감미로웠다

 

그리운 것들은 너무 멀리 있다. 강이 그렇고 바다가 그렇다 그리고...

 

 

200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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