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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토란밭을 지나며...

by 류.. 2004. 11. 1.

 

 

 

 

 

 

젊었을 때,

아니 어렸을 때 우리의 시선은 다분히 도시 지향적입니다

아니 꿈이었다고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농촌에 비젼이 없다는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망...

어떻게든 도시로 가면 모든게 보장될 것 같은 막연한 희망들..

그랬으니 그 눈으로 자연을 느긋하게 제대로

보고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겁니다

이제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니 비로소

예전에도 그 자리에 늘 있었던 그것들이

언제부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어느 날인가부터 모든 자연이 순간순간조차

놓침없이 마음에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때는 하루하루가 눈물겹고 바뀌는 계절마다

경이로움으로 가득한가 하면 새해가 올 때마다

우리가 쓰는 몇 안되는 감탄사에 불만을 품을 때가 많았습니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닫혔던 모든 삶을 눈 뜨게한 것이겠지요

누군가 그랬던가요 사랑은

교통사고처럼,도둑처럼 예고도 없이 갑자기 오는 것이라고..

느닷없이 왔다가 그렇게 가는 게 사랑이라면

자연은 늘 그 자리를 지키며 변함없이 우리와 함께 합니다

이제 좀 더 나이가 들면 우리는 자연의 모든 것을

친구처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침 저녁으로 길을 걷다가 보이지 않던 풀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고

바람이 불 때마다 손을 흔들어주는 들꽃 무리들이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문득 깨닫게 되는 것도 그런 연유겠지요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어제 저녁.. 산책길에

전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 오면 우산 대신 쓰기 좋은 토란잎이 무성한 과수원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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