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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이제 산에 오를 때

by 류.. 2004. 11. 1.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산 앞에서 신발끈을 고쳐 묶는 사람에게

잠시 후면 다시 내려올 산을 왜 오르느냐고..
그냥 멀리서 바라보면 안되는 거냐고..

그때 누군가가 내게 이런 식으로 대답한 것 같다
과정을 즐길 의도가 아닌 정상을 밟기 위한 목적만으로
산에 오른다면 네 생각이 맞을거라고..


인생에 있어 과정은 길고 결과는 짧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즐겨야 하는건 과정의 여유로움이지
순간에 끝나는 성취감의 결과는 아니란 얘기일 게다


40대,아니 이제 50대...
지금은 가속 페달을 밟을 때가 아니다 감속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힘으로 감속이 어렵다면 그것을 자연스럽게 조절해주는 것은
오르막 앞에 자신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기엔 산에 오르는 것 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


처음엔 낮은 언덕부터 시작하여 차츰 높은 산으로 옮겨가고..
가끔 찾아오는 완만한 내리막 앞에서 섣불리 환호하지 말자
거기 무너지는 인생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을테니까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나 힘겹게 올라야 할 산이 있다는 건
제어할 수 없는 내리막의 가속 보다 백 배 아니
천 배쯤 위로 받을 일일지도 모른다


올 봄엔 가까운 산에라도 다녀야겠다


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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