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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경칩에 내린 눈....

by 류.. 2004.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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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을 알리는 경칩날.. 그대를 만나러 가는 차안에서 폭설을 만났습니다 바람이 황량하게 불고 눈발이 날리더니... .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우우.. 소리를 내며 휘몰아치는 바람속에 눈은 하나의 생명체로 날아오고 달려오고 혹은 내리는게 아니라 하늘 높이 날아올라가기도 했지요 바람은 한방향으로 불어오는게 아니라 한 순간에 회오리 바람이거나 허공의 눈보라를 사선을 그으며 이동시키기도 했고 반대방향에서 몰아치는 눈보라가 눈이 내리는 풍경을 덧입히기도 했습니다 옴니버스의 영상처럼 한순간이 오래 지속되지도 않고.. 밀가루처럼 안개처럼 입자가 고운 눈이 자욱히 시야를 덮다가 이내 함박눈으로고요하게 내리다가 어느새 눈보라로 변하고 종내에는 눈앞에 모든 사물을 장막처럼 여분없이 덮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순간순간이 하나의 짧고 아쉬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고 지나가고... 겨울이 이렇게 가나요? 겨우내 많은 눈이 내리고도 앞으로 내리지 못할 눈이 아쉬워 삼월의 눈이 저렇듯 격정적으로 퍼부었던 것인가요? 무엇이 그리도 아쉬웠던 것일까요 겨울은... 봄과 여름사이 행여 황사에 마음까지 메마를까봐 우려함인가요 그래서 깊이깊이 촉촉한 물기로 녹아 보습해 주려 함인가요 꽃피고 새 울면 눈꽃을 잊을까 해서 눈안에 깊이 아로새겨주려 함인가요 잊혀지는 것이 그리도 힘든 일이었던가요.. 새봄의 초입인 경칩.. 그렇게..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20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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