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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

따뜻한 풍경

by 류.. 2004. 11. 1.


      
      
      남해의 해안선을 따라 차가 달리고 있을 때..
      길에 대해 생각했다
      따뜻한 정감이 있는 길...
      삶이 있는 길은 따뜻하다
      그것도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들은 더욱 따뜻하다
      돌로 쌓은 담 벽에 아기 기저귀가 널려있는 풍경..
      어머니 아버지가 있고 
      할아버지 기침소리와 손자 떼쓰는 소리.. 
      며느리와 아들이 토닥거리는 풍경은 따뜻하다
      산비탈 계단식 논에서 쟁기질하는 소가 있고 
      고기를 잡는 배가 포구로 돌아오는 풍경은 따뜻하다
      장사 나가신 어머니 굽은 등으로 머리에 이고 돌아오는 
      빈 함지가 있는 풍경은 더 없이 따뜻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식 논과 밭.. 그렇게 많은 계단식 논과 밭이 남해에 있다는 것은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한 때 우리 조상들 하나 둘 유배에 들 듯 그 섬으로 모여들고 비탈마다 일구어 낸 척박하고 고단했던 삶의 흔적들.. 한뼘의 땅일지라도 생명처럼 일굴 수밖에 없었을 가난 험한 돌산이 논이 되고 밭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이 그곳에 바쳐졌을까? 일행중 한분과 얘길 나누다가 이집트의 피라밋 그리고 만리장성을 언급하면서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 폄하했던 것을 후회한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어찌 그만 못할까? 수많은 돌들을 모아 계단과 축대를 만들고 그 안에 한 톨의 씨앗이라도 심어 가난을 해결하고자 했던 지루한 세월의 지난한 노동... 남해에 마늘이 재배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마늘이 재배되는 것.. 역시 몰랐던 일이다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마늘을 먹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만 그 넓은 면적에 그토록 많은 마늘이 재배될 줄은 몰랐던 일이다 이제 거의 무릅높이 만큼 자라있는 마늘잎이 하늘을 오르는 계단식 논과 밭과 들판을 온통 푸르게 물들이고 있는 정경은 예전 보리로 물들이든 전형적인 시골 풍경을 넉넉히 추억하게 하니 그것 또한 남해를 따뜻한 곳으로 추억하게 만드는 귀중한 자산임이 틀림없다 이번 여행길에서.. 많은 분들이 앵강만이 내려다 보이는 숙소의 근사한 풍경에 흡족해했지만.. 내 시선은 시종 산비탈을 일군 다랭이논과 마늘밭에 머물고 있었던 것 같다 2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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