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4868

개팔자 아파트 상가앞 도로를 걷다가 자전거 뒤에 실려가는 개를 봤다 필경 영양탕집으로 가는 것이리라.. 철장에 갇힌 개.. 그 눈빛에서는 절망이 절절하게 묻어나온다 개는 죽음의 냄새까지도 맡는걸까? 얼마후.. 보신탕집 팔팔 끓는 국솥으로 들어가던가.. 혹은 산소용접기로 까맣게 그을릴 신세가 될.. 자신의 운명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철장속에서 침묵을 지키는 힘 없는 모습에 휑한 눈빛은 바라보기조차 섬뜩하다 ..... 건너편 도로에 알록달록 털을 장식한 강아지 한마리를 안고 젊은 여자가 지나간다 아무 걱정도 없어보이는 행복한 강아지와.. 사람의 몸보신용으로 오래지 않아 사라질 잡종개의 신세... 단순히.. 혈통탓 이나 주인을 잘못 만난 탓으로 여기기에는 너무 비정하다 배고프고 어렵던 시절,,서민들의 몸보신용으로.. 2004. 11. 1.
어려운 일 집을 비웠다 돌아오니 베란다 더덕넝쿨이 축 쳐져있다 누렇게 시든 잎사귀를 뜯어내며 생각한다 무언가를 사랑 할때는 나름대로의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대상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라 할지라도.. 애정으로 그들의 언어를 읽어야 하는 것.. 그렇게 못하면 사랑한다고 자.. 2004. 11. 1.
K에게... 남쪽지방엔 많은 비가 내렸다는데.. 여긴 그저 무덥기만 합니다 어쩌면, 오늘밤엔 이곳에도 굵은 빗줄기가 떨어질 것 같아요 객지에서 며칠 마신 술 때문에 눈이 아른거려서.. 컴퓨터에 앉아서 긴글을 쓰긴 어려울 것 같군요 술기운에서 벗어나고 싶어 오늘.. 집 가까운 강가에 나가 보았습니다 개망초꽃이 무리를 지어 있는 강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하릴없이 한나절을 보냈는데.. 올갱이 주우러 온 사람들에게서 운좋게 올갱이탕을 한그릇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걸쭉하게 끓여낸 진국에 수제비를 떠서 먹으니 별미더군요 올갱이 수제비라고나 할까? 소주 한잔을 곁들여 먹는 그 맛이 진짜 끝내줬습니다 해장한답시고 다시 술먹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저는.. 정말 못난 사람입니다 요즘 뭐든지 잘 먹히는군요 게다가 집에서나 밖.. 2004. 11. 1.
Stand By Me! 밤이 찾아왔을 때, 땅이 어둠으로 뒤덮였을 때 그리고 달만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유일한 빛일 때도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정말로 두렵지 않습니다. 그대가 내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Stand By Me ..... 알고 지내던 분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늦장가를 들었지만, 남겨진 가족이 적지 않은 그가.. 눈 앞에 어른거리는 노모와 아내 그리고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어떻게 세상에 두고 떠났을까 사랑했던 사람들,아름다웠던 추억,남은 미련.. 눈앞에 귓가에 얼마나 스치다 질긴 끈을 놓았을까 가슴에 묻어둔 한이나 슬픔들을 버리지 못하고 삶밖으로까지 치렁치렁 이끌고 갔을까 제발 그러지 않기를... 종이인형을 오리듯 필요한 부분만 가위질 하고 남은 짜투리를 훌훌 버리고 떠났으면 좋을 것을... 다 부질없는 짓이려니.. 2004. 11. 1.
선택적 기억력 난 아직 총기가 있고.. 기억력 또한 쓸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택적 기억력 면에서 낙제인가 보다 서점의 많은 책들 가운데서 작은 문구 하나 단번에 찾아내는 그런 점엔 스스로 놀라기도 하지만.. 쓸데없는 기억을 오래 붙들고 있다는건.. 오히려 피곤한 일이다 골치 아픈 것은.. 잊어버려도 괜찮은 일들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것.. 얼마나 많은 말과 생각들이 머리에 스쳐 나의 수면과 일상을 방해했는지.. 한때는 나의 닉네임을 레테로 할까도 생각했다 기억하지 말아도 될 일을 깡그리 지워내고 싶기 때문에... 어제 커핏물을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샤워하러 들어가서..불이 나기 직전에 발견했다 그 화기와 탄내를 느끼면서도 나는 무신경하게 외면했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망각은 그런 것이 아닌데, 정작 필요한.. 2004. 11. 1.
새같은 사람은... 그집 마당.. 평상에 누워 강 건너 산을 봤을 때.. 푸른 숲 위로 하얀 물새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무슨 줄이라도 타고 날아가듯 강가에서 튀어오른 새는 반듯한 선을 그으며 날아갔다 ....... 새는 새들끼리만 정답다 사람이 아무리 정을 주어도 날아가면 그뿐.. 날개가 있으므로 잠시 스쳐.. 2004. 11. 1.
화분을 보며 당신이 곁에 있다면.. 만산에 다투어 피는 꽃잎만큼 "사랑해" "사랑해"를 속삭이고 싶은 아침입니다 겨우내 시들시들했던 난초의 누런 잎을 가위로 잘라내고 영양제를 꽂아주고 스프레이를 뿌려주었더니 난초잎이 생기가 넘칩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사랑으로 사는 건 같습니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작은 바람에도 사소한 병에도 금방 시들해지니까요 올해는 지난 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난초가 꽃을 피웠습니다 남도여행길 화개장터에서 샀던 더덕나무(?)도.. 싹을 틔워 제법 자랐습니다 오월이 되면 지난 해처럼 왕관 모양의 꽃이 피겠지요 좁은 베란다를 생각해서 많은 화분을 가꾸는 것도 실은 걱정이 됩니다 더덕이 자라 길게 줄기를 뻗어 키 작은 것들을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그러나 그들은 모두 그렇게 어울려 사는 존재들이니 그리 .. 2004. 11. 1.
따뜻한 풍경 남해의 해안선을 따라 차가 달리고 있을 때.. 길에 대해 생각했다 따뜻한 정감이 있는 길... 삶이 있는 길은 따뜻하다 그것도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들은 더욱 따뜻하다 돌로 쌓은 담 벽에 아기 기저귀가 널려있는 풍경.. 어머니 아버지가 있고 할아버지 기침소리와 손자 떼쓰는 소리.... 2004. 11. 1.
싹... 흔히 "싹" 하면 연두색 여린 잎만을 연상하지만 나는 언제부턴가 "싹" 하면 내 몸에서 나날이 리얼하게 일어나는 현상을 떠올린다 나이탓인가.. 이것은 어느 계절에나 고루 나타나는 일이나 유독 이 봄엔 "싹"의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게 문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고 사람들은 말하는.. 2004. 11. 1.
여행 일주일 앞두고 모든 이가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아니면 긴 여행이든 짧은 여행이든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즐겨보는 행위가 있을 것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마음으로 미리 가보는 것이 그것인데.. 어찌 보면 그것은 조급한 마음이 앞서서 달려가 보는 예행연습 같은 것에 불과.. 2004. 11. 1.
홍도야 울지마라 홍도야 울지마라...오빠가 있다. 대포집 작부의 치마자락에 묻어 나옴직한, 촌스러운 신파극이거나 무성영화인듯 뇌리에 스치는 그 노래를.. 누군가에게 불러주고 싶은 때가 있었다 사춘기때이던가.. 첫사랑의 기억.. 늘 남자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던 한 女子.. 나는 그녀를 항상 바라보았지만 내가 사랑받을 순번은 아주 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를 알았던 순서로야 내가 가장 먼저였으나.. 그는 언제나 많은 남자들의 흠모와 호기심을 끌어내는 사람이었기에 가장 가까운 듯하면서도 나는 변방의 전사처럼 고독하게 그를 멀리 떨어져 지켜봐야 했다 코스모스를 입에 문듯한 여자.. 국문학 전공에..작가 지망생이었고 명랑하고 활달하고 무엇보다 뛰어난 외모가 주위를 환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전성기는 오래동안 계속되었고 나도 그.. 2004. 11. 1.
천장호에서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천장호에서/나희덕 봄이 되어도 얼음이 풀.. 2004. 11. 1.
경칩에 내린 눈.... 겨울의 끝을 알리는 경칩날.. 그대를 만나러 가는 차안에서 폭설을 만났습니다 바람이 황량하게 불고 눈발이 날리더니... .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우우.. 소리를 내며 휘몰아치는 바람속에 눈은 하나의 생명체로 날아오고 달려오고 혹은 내리는게 아니라 하늘 높이 날아올라가기도 했지요 바람은 한방향으로 불어오는게 아니라 한 순간에 회오리 바람이거나 허공의 눈보라를 사선을 그으며 이동시키기도 했고 반대방향에서 몰아치는 눈보라가 눈이 내리는 풍경을 덧입히기도 했습니다 옴니버스의 영상처럼 한순간이 오래 지속되지도 않고.. 밀가루처럼 안개처럼 입자가 고운 눈이 자욱히 시야를 덮다가 이내 함박눈으로고요하게 내리다가 어느새 눈보라로 변하고 종내에는 눈앞에 모든 사물을 장막처럼 여분없이 덮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순간순간이 하.. 2004. 11. 1.
포구기행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 나는 거차에서 또 하나의 꿈을 꾼다 그것은 이곳 바닷가 어딘가에 개펄이 잘 보이는 장소를 잡아 쓸쓸한 여행자의 영혼이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는 집을 하나 마련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여행자는 또 다른 쓸쓸한 영혼들과 함께 세상에서 무참히 패배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못다한 일들과 미련들과 연민들에 대해서 함께 얘기하고, 개펄냄새를 맡고 라면식사에 소줏잔을 기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가 뜨면 11년전의 나처럼 알 수 없는 생의 온기를 느끼며 세상속으로 그 만만찮은 벽위로 힘차게 부딪쳐 나갈 용기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그런데 이상하다 어쩌면 이 꿈은 이루어질 것만 같다 ..... -곽재구, '포구기행' 중에서 내겐 아마도 역마살이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 2004. 11. 1.
그리운 것들은... 어제 본 금강 물빛은 참 아름다웠다 장마철처럼 사납지도 않고 그렇다고 혹한기처럼 딱딱하게 얼어 붙지도 않은 강.. 유속은 흐르긴 하되 멈춘 듯한 속도였고 강의 수량도 며칠전 이 지방에 내린 눈 때문인지 적당히 불어 있었다 강에 하체를 담그고 있는 산들이 강물과 어울려 겨울에서 봄에게로 가는 해동의 부드러운 풍경을 보여주었는데 1월 한달 내내 눈 덮힌 산만 바라보고 있어서일까 강이 그렇게 새로워 보이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었다 내가 자주 찾는 대평리는 금강줄기 중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봄에는 수많은 종류의 들꽃이 피고.. 가을엔 갈대숲에서 오리들이 노니는..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강.. 강이 시종 반듯한 수로를 따라 일자로 흘러간다면 그건 얼마나 메마른 풍경을 줄까? 강이 아름다운 것.. 2004.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