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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대전外)

장흥 천관산(탑산사)

by 류.. 2020. 10. 29.

 

3년만에 다시 찾은 장흥 천관산

관산읍 장천재에서 올랐던 2017년과는 반대 방향인 대덕읍 탑산사에서

산행을 시작했는데.. 아마 연대봉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가 아닐까 싶다

짧은 대신 경사가 가파르긴 했으나.. 그림은 장천재 쪽 보다 훨씬 좋았다

멋진 바위가 기기묘묘한 형상을 이루어.. 가끔은 월출산이나 가야산 만물상을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하늘이 너무 흐린 게 조금 아쉬웠지만,

날마다 내 희망대로 될 수야 없으니..

 

산행을 마치고 회진항에 들러 소주 일병을 곁들인 점심 후.. 정남진 전망대 잠시..

3 십년 전 봄철.. 오름 강성돔 낚시를 위해 몇 번 찾았던 회진항.. 마량항이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한 것에 비해 회진항은 그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정남진 전망대 엘리베이터 운행은 하고 있었고.. 8층 카페는 휴업중..

 

 

탑산사주차장~불영봉~천관산연대봉(723m)~환희대(대장봉)~구룡봉~의상암지~탑산사~주차장, 5.8km(3시간)
정남진전망대 9층에서 바라본 천관산, 하늘이 너무 흐리다
회진항 가는 길에서 만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세트장.. 영화에서 주인공이 하룻밤 묵어가는 주막
영화 천년학의 원작은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나그네', 회진면 선학동마을 인근(진목리)에 이청준의 생가가 있다

 

옛집은 누구에게나 다 있네. 있지 않으면 그곳으로 향하는 비포장 길이라도 남아 있네. 팽나무가 멀리까지 마중 나오고, 코스모스가 양옆으로 길게 도열해 있는 길. 그 길에는 다리, 개울, 언덕, 앵두나무 등이 연결되어 있어서 길을 잡아당기면 고구마 줄기처럼 이것들이 줄줄이 매달려 나오네.


문패는 허름하게 변해 있고, 울타리는 아주 초라하게 쓰러져 있어야만 옛집이 아름답게 보인다네. 거기에는 잔주름 같은 거미줄과 무성한 세월, 잡초들도 언제나 제 목소리보다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이를 조용히 걷어내고 있으면 옛날이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인다네. 그 시절의 장독대, 창문, 뒤란, 웃음소리.... 그러나 다시는 수리할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집. 눈이 내리면 더욱 그리워지는 집. 그리운 옛집.

 

- 김영남시인(장흥출신)의 '그리운 옛집'

 

 

세트장에서 멀리 보이는 다리는 회진면과 노력도를 이어주는 회진대교

 

회진항의 옛이름은 회령진으로.. 정유재란 때 명랑으로 가던 이순신장군이 배설로부터 12 척의 조선 함대를 인수받은 곳

 

 

            내가
            회진항의 허름한 다방을 좋아하는 건
            잡아당기면 갈매기 우는소리가 나는
            낡은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름한 바다와 하늘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허름한 바다와 허름한 하늘이 존재하는 공간.
            그곳에는 언제나 오징어가
            이웃 순이의 팬티처럼 펄럭이는 빨랫줄이 있습니다.
            그리고 검은 통치마를 입은 어머니가 바닷가로 걸어나가고 있고,
            그 바닷가 하늘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완장을 차고 만화가게 앞으로 나타나는 게 보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회진항의 허름한 다방을 좋아하는 건
            아직도 난로 위 주전자 뚜껑 소리 같은 사투리가 있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도 외상으로 남기는 목포 아저씨,
            그 백구두 소리가 날아가는 하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김영남시인의 '회진항에는 하름한 하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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