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 몇 살때였던가
금줄 친 집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할머니 말씀 문득 짚어볼 때가 생긴다
요새는 산길에도 금줄이 많어져서
나를 가로막는 것들 켜켜이 쌓여간다
어렸을 적에도 그러했지만 어른이 된 뒤에도
나는 노상 가지 말라는 곳을
가고 싶어 밤잠을 못자고 몸을 뒤척였다
사는일 가도가도 가로막는 것들 과의 싸움이다
밤 깊어 지리산 돼지평에서 길을 못찾고
여기인가 저기인가 망설였을 때
랜턴 불빛에 스친 금줄 하나
멧돼지 서식지 표시판
짐승의 길을 따라 피아골로 내려갔다
사람이 산에 가는 것은 모처럼 짐승의 마음이 되고 싶어서라고
나는 그날 생각했다 풀꽃과 조릿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바람이거나 흰구름이거나 안개거나 눈보라거나
그것들에게 나를 맡겨
나를 그냥 흘러가게 하는 일이 나는 좋았다
돼지평 멧돼지 길에서는 멧돼지 한마리
만나지도 못하고
선비샘 아래 금줄 넘어서는
한나절 거미줄만 헤치고 내려왔다
- 이성부의 '내가 걷는 백두대간' 중에서
충북 알프스 구병산
대전에서 불과 80km 거리에 있는 이런 멋진 산을 이제서야 올랐다
적암리 앞 속리산휴게소를 그렇게 지나다니면서 조만간에 올라야지,올라야지..
생각만 하다가 4 년이 걸렸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고 가까우니까 언제든 올수 있다는 생각에..
주말을 맞아 단체 산객들이 제법 많아서.. 정상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금방 내려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휴게소도 사람 많으면 그냥 통과,산 정상도 마찬가지)
조망 근사하고 산행거리 적당해서 대전에서 찾기엔 좋은 산. 다음엔 서원계곡 쪽에서 올라보고 싶다
이산의 험이라면 지나치게 막아놓은 곳이 많다는 것. 조금 험하지만 못 지나갈 정도는 아닌데..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개망초꽃/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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