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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경주의 맛집..

by 류.. 2015. 8. 10.

 

 

 

칠불암식당-우리밀칼국수·추어탕

서출지(書出池)는 글이 나온 연못이다. 임금을 살린 글이다. 그 서출지를 조금 지나면 칠불암식당이 있다. 경주 남산의 칠불암을 가는 방향이다. 우리밀칼국수(4천500원)의 국물을 후루룩 소리를 내며 그릇째로 마셔봤는데 그 맛이 참으로 시원하고 고소했다. 한 세상을 얻은 것 같았다. 주인아주머니 김미향(45)씨는 "콩가루와 들깨가루를 넣었다"고 했다. 콩과 들깨는 바로 앞의 들판에서 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집에서 칼국수를 먹는 것은 한 들판 먹는 것이다.

경주 시내에서도 먹으러 온다는 이 집의 또 다른 별미가 자연산 추어탕(6천원)이다. 주인아저씨 임춘희(52)씨가 인근 들판의 논에서, 근처 남천에서 잡은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이다. 연못에서는 글이 나오고, 들판에서는 미꾸라지가 나와 추어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릇째로 마신 국물은 깔끔하고 시원했다. 이런 것이 경주의 맛이다.

이재호씨는 "이 집 할머니가 담그는 동동주의 맛이 기차다"고 소개했다. 경주의 남산을 가슴에 품은 이들이 하산길에 들러 동동주(6천원)에 파전(6천원)을 먹는데 그때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이 집의 손두부(6천원)다. 주인아저씨가 직접 만드는 두부다. "이 동네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요." 안쪽 마당에 두부를 만드는 기구가 있었고, 두부를 끓여내는 가마솥이 있었다. 호박무침 연뿌리 오뎅 다시마 고추절임 콩잎 멸치 따위의 반찬이 깔끔하다. 토속적이라는 말 그대로,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음식들이다. 경주시 남산동. 서출지는 남산의 동쪽 자락에 있는데 불국사 가는 길에서 통일전 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된다. 주변에 헌강왕릉, 남산리3층석탑이 있다. 054-620-0707.

 

서출지

 

 

 

 

 

 

 

 

용산회식당-회 밥

6천원짜리 회 밥이 유명한 이 식당은 남산의 서쪽 자락에 있다. 포석정을 지나, 삼릉과 경애왕릉을, 또 경주교도소(박노해가 여기서 감옥살이를 했단다)를 지나, 용장리를 지나 자동차로 5분여 거리에 있다. 느닷없이 나타나는데 정말 아는 사람만 가는 곳이다. 밖에서 보면 허름한 촌식당 같은데 그곳에서 사람들은 대만족하는 것이다. 점심때에 자리가 없었다. 남산 자락에서 회를 먹다니! 아주 특이했다. 회의 맛이 살아 있고, 초장 맛이 또한 살아 있기에 사람들이 너나없이 오는 것이었다.

이 집에는 오로지 회 밥 하나뿐, 메뉴판이 없다. 양푼이에 담아내는 전어 물가자미 학꽁치 등의 회가 속시원했다. 봉계에서, 대구에서, 울산에서, 부산에서 먹으러 오는 이유를 알 만하다.

매일 새벽 3시에 이 집 주인아저씨 서종태(57)씨가 구룡포에 직접 가서 회를 가지고 온다. 가져오는 회의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매일 한 끼의 장사밖에 하지 않는다. "보통 오후 서너 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오후 6시 이후로 장사를 해 본 적이 없다"고 주인아주머니 김정애(49)씨는 말했다. 같이 나오는 상추 같은 채소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를 한 것이다.

이 집의 테이블은 총 7개. 식구들이 분주하게 음식들을 날랐다. 여기서 욕심을 내서 식당을 더 크게 하고, 하루의 식재료를 더 가지고 오면 맛이 달라질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식당이었고, 그것을 보여주는 맛이었다. 작고 완벽한 맛의 세계였다. 누룽지 숭늉이 구수했고, 재첩국은 포항 죽도시장에서 사오는 것이라고 했다. 밥도 금방 해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고슬고슬한 밥이다. 찰기로 빛이 난다. 먹는 일의 지극함을 느낄 수 있었다. 054-748-2119.

 

 

경주 남산 지도

 

 


토함혜-청국장·찰보리밥·갈비찜

이 집 음식은 토함산처럼 토속적이다. 주인은 평생 시인 지망생이며, 주인 따라 음식의 결들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다. 이 집의 3대 음식은 청국장 찰보리밥 갈비찜이다.

청국장이 진국이었다. 한 숟갈 떠서 입 속에 넣으니 청국장 콩이 진득하게 씹힌다. 뭉글뭉글 콩 씹히는 것부터 벌써 다르다. 주인아저씨 이재각(57)씨는 "황토방 구들에서 직접 띄워 만드는 황토청국장"이라고 했다. "균의 배양이 제대로 된 청국장은 냄새가 혼돈스럽지 않지요." 그는 "청국장은 따뜻한 양의 음식"이라고 했다. 속을 차게 하는 음의 음식인 찰보리밥과 절묘한 쌍을 이룬단다. 찰보리는 경주 인근 건천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음의 음식답게 삼국유사의 '여근곡' 근처에서 나는 것. 음식의 음양 배합이 이 정도였다.

집 이름 토함혜(吐含兮)는 토함산에서 온 '토함아!'라는 뜻. 갈비찜의 양념이 붉었다. "매운 것은 또한 양의 음식인데 찰보리밥과 청국장의 음양 조화를 맺어주는 게 갈비찜의 역할"이라고 아저씨는 설명했다. 물이 100도를 넘은 뒤 잔잔해질 때 갈비고기를 넣어 일순간에 쫄깃쫄깃해지게 데친단다. 부드럽다. 이 집 음식은 거의 빚는 수준이었다. 도라지 잔파 고추 연근 총각김치 등의 각종 나물이 그릇에 깔끔하게 담겨 훤했다.

빠질 수 없는 유혹이 '검은콩 동동주'였다. 강원도 홍천에서 가져오는 것인데 동동주의 뒷맛에 감치던 고소한 콩맛이 영 잊히지 않는다. 청국장, 갈비탕, 보리밥+청국장, 된장찌개 각 6천원. 청국장+찰보리밥+갈비찜 세트 1인 1만5천원. 불국사에서 보문단지로 갈라치면 민속공예촌을 지나 500m쯤 길 왼편에 있다. 054-745-0445.

 

 

 

 

 

 

 


대왕회식당 - 자연산 회

감포 바닷가의 횟집이다. 2층 창밖으로 파도소리가 가까이 들렸고, 대왕암은 멀리 보였다. 순간 풍경 속으로 갈매기들이 날아들어와 산산이 흩어졌다. 고유섭이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를 조망했던 이견대 누각 코밑의 바다가 여기다. 그 바닷가의 첫 집이 '대왕'횟집이다.

주인아저씨는 조금 전 배를 띄워 삼치를 잡으러 나갔다. 갈매기들 사이의 파란 바다 위로 배들이 가뭇가뭇 보였다. 여주인 김민자(44)씨가 가져온 큰 접시 위에 회가 한바닥 쫙 갈렸다. 주인장이 배를 타고 잡아들인 쥐치 참가자미 시라 등의 자연산 회다. 시퍼런 감포 바다가 품었던 6만원짜리 회다.

이재호씨가 말했다. "고유섭은 서른아홉에 일찍 죽었다. 그는 교통이 불편했던 당시에 이곳 감포 바다에 참 많이도 왔다. 멀다고 못 가는 게 아니다. 고유섭은 가슴에 불이 있었던 사람이다." 감포 바다가 한없이 푸르렀다. 우리는 지금 살아서 감포 바다의 회를 먹고 있다. 회는 동해처럼 싱싱했다.

주인아저씨 정성식(48)씨가 바다에서 돌아왔다. 검은 피부의 그는 건강하게 보였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어릴 때만큼 고기가 많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 오전 5시~10시30분, 또 오후 1~4시 바다에 나간다. 지금 제철을 맞은 삼치는 한 달밖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학치도 그렇다고 했다. 이 집은 민박도 하는데 4명이 와서 10만원짜리 회를 먹으면 공짜로 재워준단다. 게다가 아침까지 준다니 제 바다에서 먹을 것을 거두어 먹고 사는 이들이 지닌 인정이 퍽이나 두텁게 느껴졌다. 아, 날치알을 얹어 회를 김에 쌈 싸 먹었던 그 맛이란! 회 4만, 5만, 6만, 10만원. 054-775-9770.


 

이견대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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