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은비령에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 5백만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 속의 작은 새 한마리가
북쪽으로 부리를 벼리러 스미스조드로 날아갈 때,
입을 맞추고 나가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별은 그렇게 어느 봄날 바람꽃처럼 내 곁으로 왔다가
이 세상에 없는 또 한 축을 따라 우주 속으로 고요히 흘러갔다
-이순원의 [은비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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