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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각시붓꽃

by 류.. 2008. 4. 9.

 

 

    

        꽃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예용 붓꽃과 달리 그 크기가 아주 작은 우리의 야생화입니다 작고 예쁜 새색시라는 의미의

        '각시'가 붙어 있으니 매우 작은 줄 짐작은 하겠지만 실제로 풀 전체를 다 해도 손바닥보다 작은 경우가 많은 꽃입니다

        거의 땅바닥에 바짝 붙어 핍니다

     

        우리 꽃이름 중에서 '각시'라는 말이 붙은 것은 대체로 '작고 여리다','새색시처럼 아름답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 꽃의

        아름다움이야 이름에서도 벌써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가녀린 풀잎과 처연한 보라색의 단아한 꽃잎이 흔들리는 바람부는 봄날이면, 왠지 내 곁을 떠나간 사람에 대한 아련한 추억에

        가슴이 메입니다 그 황홀한 아름다움을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외로움 때문이겠지요 아름다움이야 혼자 아는 것도 행복한

        비밀이지만 함께 즐길 짝이 있다는 건 무엇보다 큰 축복이니까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자, 아무도 같이 있어 줄 사람이 없는 이의 슬픔이야,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행일 텐데,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각시가 따라나설까봐
      오늘 산행길은 험할 텐데, 둘러대고는
      서둘러 김밥 사들고 봄 산길 나섰습니다
      허리 낭창한 젊은 여자와 이 산길 걸어도 좋겠다 생각하며
      그리 가파르지도 않은 산길 오르는데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산비알에
      저기 저기 각시붓꽃 피어있습니다
      키가 작아서 허리가 어디 붙었나 가늠도 되지 않고
      화장술도 서툴러서 촌스러운 때깔이며
      장벽수정을 한대나 어쩐대나 암술 수술이 꽁꽁 감추어져
      요염한 자태라곤 씻고 봐야 어디에도 없어서
      벌 나비 하나 찾아주지 않는 꽃
      세상에나, 우리 각시 여기까지 따라나섰습니다
      세상에 내가 최고로 잘 난 줄 아는 모양입니다
      이 산길까지 남정네 감시하러
      앵도라진 입술 쭈뼛거리며 마른 풀섶에 숨어 있습니다
      각시붓꽃 앞에 서니 내 속생각 들킬까봐
      아무도 없는 숲길에마저 괜스레 조신합니다
      두렵게도 이쁜 꽃입니다
      새삼 스무 살처럼 내가 깨끗합니다


      -각시붓꽃을 위한 연가/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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