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을 들킬까 항상 두려웠다
손을 잡을 때도 그 눈빛에 키스할 때도
언제나 내 마음의 눈은 그대 심연의 못에 있었다
아직은 그대에게
고백할 말이 없지만, 혹여 이 늦은 밤
할 말이 있을지 몰라 가슴 속에는
늘 하얀 편지지 몇 장을 갖고 다녔다
내가 편지를 쓰는 날은
목련꽃이 필 때 쯤이거나, 산수유꽃 계곡마다
봄빛으로 피어오를 때 일 것이다
이 겨울은 너무 춥고 쓸쓸해서 편지를
쓸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채곡채곡 쌓아둔 바람 몇 점, 책갈피 속에
잠겨놓은 낙엽의 추억이 파리해질 때 쯤
아마도 강물이 풀리고, 강 어귀마다 물새떼
둥지를 틀 때 쯤, 그리운 이 사무치게 보고 싶어지면
나도 편지를 쓸 지 모른다
그래, 우체통 힘겨운 우체부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그 기억들은 사랑이었을까
그대에게 이 춥고 쓸쓸한 날 나의 마음을 들킬까 두렵지만
언제든 거침없이 써 내려갈 하얀 종이 위
빼곡히 글들이 모여지면 편지를 띄울 것이다
아주 날렵한 몸매로 창공을 나르는 가벼운 깃털처럼,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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