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산수유

by 류.. 2008. 2. 28.

 

 

 

 


나의 마음을 들킬까 항상 두려웠다  
손을 잡을 때도 그 눈빛에 키스할 때도   
언제나 내 마음의 눈은 그대 심연의 못에 있었다 
  
아직은 그대에게 
고백할 말이 없지만, 혹여 이 늦은 밤 
할 말이 있을지 몰라 가슴 속에는 
늘 하얀 편지지 몇 장을 갖고 다녔다 
  
내가 편지를 쓰는 날은 
목련꽃이 필 때 쯤이거나, 산수유꽃 계곡마다 
봄빛으로 피어오를 때 일 것이다 
  
이 겨울은 너무 춥고 쓸쓸해서 편지를 
쓸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채곡채곡 쌓아둔 바람 몇 점, 책갈피 속에 
잠겨놓은 낙엽의 추억이 파리해질 때 쯤 
아마도 강물이 풀리고, 강 어귀마다 물새떼 
둥지를 틀 때 쯤, 그리운 이 사무치게 보고 싶어지면 
나도 편지를 쓸 지 모른다 
  
그래, 우체통 힘겨운 우체부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그 기억들은 사랑이었을까 
그대에게 이 춥고 쓸쓸한 날 나의 마음을 들킬까 두렵지만 
언제든 거침없이 써 내려갈 하얀 종이 위 
빼곡히 글들이 모여지면 편지를 띄울 것이다 
아주 날렵한 몸매로 창공을 나르는 가벼운 깃털처럼, 
자유롭게...     

 


 

 

'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덕, 싹이 나다  (0) 2008.04.18
각시붓꽃  (0) 2008.04.09
복수초  (0) 2008.02.24
홍매화  (0) 2008.02.24
동백나무  (0) 2007.12.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