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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복수초

by 류.. 2008. 2. 24.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이성부의 ‘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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