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불행한가!” 라고 느낄 때 백련사 겨울 동백 숲에 들어볼 일이다
멀리서 보면 그윽한 평화 아래 눈부시게 아름다운 숲 그 은밀한 내면을 읽어볼 일이다
빛과 어둠의 경계를 이루어 절름절름 걸어가는 계곡을 따라가서
빛 한 점 닿지 않은 한그루 동백으로 마주 서보는 것이다 그 무거운 어둠 속에서
부러지고 잘린 제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가면서 온몸에 단단한 혹을 달고 있는
뼈아픈 말씀을 들어보는 것이다 한줄기 빛 찾아 온몸으로 기어오르다
구렁이가 된 그들의 몸뚱이를 보듬어 보는 것이다
남녘의 겨울이 따뜻한 것은 그 고통스러운 제 몸에 불을 지펴 타닥타닥 태우다
눈 위에 떨어진 꽃마저 제정신을 잃지 않음이니 그 기백을 가슴에 담아 볼 일이다
땅끝으로 유배 온 동백이 지피는 열기로 푸르게 다시 일어서는 봄, 그 불덩이에
온몸 한번 태워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범종 소리 따라 터엉 터엉 꽃잎 버리듯
빈 가슴으로 푸른 세상을 다시 보는 것이다
-백련사 동백 숲/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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