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
영혼의 깊이가 느껴지는 눈빛을 만날 때가 있다
우수에 잠긴 여인의 눈빛
예지와 통찰력으로 빛나는 선승의 눈빛
지혜롭고도 인자한 노인의 눈빛...
그런 눈들을 마주할 때면 깊은 그늘 뒤에 드리워진
비밀스러운 삶이 궁금해져서 한 발 바짝 다가앉고 싶어 진다
속 깊은 영혼에의 이끌림..
속 깊은 영혼이라.. 표현이 좀 모호하긴 하다
보이는 눈의 깊이도 잴 수 없거늘
보이지 않는 영혼의 깊이를 어찌 감지한다 할 수 있으랴
깊어지고 싶다 어딘가 좀 그윽해지고 싶다
깊이가 주는 아름다움을 동경하며 사는 내게
시간과 깊이의 함수관계는 저만치 가물거리는 불빛과도 같다
그것이 바다를 밝혀주는 등댓불일지
미혹하는 도깨비불일지 알 수 없다 하여도
길 위에 선 자에게는
아득한 그 불빛이 일단은 희망이고 위로일 수밖에 없다
어찌하면 더 깊어질 수 있을까
세월이 흐르면 희미해지는 육안 대신
밝은 혜안이 생겨나기도 하는가
뜬금 없는 기대로 가슴이 설레는 날엔
가는 세월의 무정 함조 차 잊어버리고 싶어 진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기는 했다
연륜이란 사물의 핵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의 이름이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믿어보다가도
깊이라는 것이 반드시 시간과 짝을 이루어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연륜에 희망을 걸어볼 만큼 내 나이가 이미 젊지 않다는 사실에
이내 쓸쓸해지곤 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어디 다 깊어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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