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겨울산에 오른다 숲길을 덮고 있는 낙엽.. 습기가 가득한 산길 어둠이 안개처럼 휘돌아드는 산길에 낙엽 향기가 피어오른다 낙엽을 밟고 산을 오르노라면 발에 밟히는 낙엽이 향기를 뿜어낸다 꽃향기보다 기품 있고 은근한 향기.. 옷 벗은 나무들..잎이 무성했을 때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결한 모습이다 가지들을 들어 하늘을 향해 모으고 고해성사를 바치는 모습 같아 숙연하기까지 하다 낙엽을 밟으며 나는 까맣게 잊고 살아온 자신과 비로소 만나기도 하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내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들이 얼마나 많은 낙엽으로 떨어져 쌓여 내 아픈 기억들을 묻어버렸을까? 하산길.. 산비탈 양지 바른 무덤가에서 잠시 쉬어본다 밝고 투명한 햇빛 속에 잠들어 있는 영혼이 행복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낙엽이 그 위에도 떨어져 쌓여 있다 낙엽처럼 떨어져 흙으로 돌아간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들도 이 투명한 햇빛 속에 잠들어 있으리라 살아오면서 버리지 못했던 탐욕이며 시기 미움과 원한 등 그 많은 추한 모습들을 모두 벗고 비록 얼굴에 주름이 늘고 머리는 백발이 되어 가지만 자신의 성찰로 다듬어지는 삶과 그 삶의 빛으로 아름다움을 보듬어 가는.. 그런 삶의 자세를.. 꿋꿋하게 선 겨울산의 나무들에게서 배우고 싶다 ...... 내 오늘을 정결하게 삶으로 내일에 욕심을 지니지 않게 하시고 내 옷은 비록 때묻고 남루하고 추하고 쓸모없지만 낙엽처럼 향기롭게 하소서 해가 석양에 기울기까지 푸르름을 향유하게 하시고 섭리대로 흙으로 돌아감을 감사하게 하소서 '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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