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앵강만이 내려다보이는
월포언덕 위 오막살이 집 하나,
애초, 아무 것도 내 것이 아니었던 그것
그러나 잠시 내 것이었다네
1박에 4만원 일수로 빌려 소유했다네
휴식은, 빈 의자 등받이에
세상의 찌든 때를 닦던
푸른 수건 하나 걸어두고
유유자적 바라보는 일에 불과하지만
동터오는 새벽이나 해질 무렵
언젠가 만선의 황포 돛단배로
목터져라 내 이름 부르며
그 언덕으로 돌아올 그대를
기다리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네
그러나 다시 나의 휴식은
빈 의자를 오래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
그 뿐이었다네
비워 둔 의자에 마음을 심는 일이
얼마나 사무치는 일인지
오래 전 그대의 손을 잡고
매기의 추억을 노래하던 그것 외에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게 없던
그날 그 언덕
이제 다시 그리움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오막살이 집 앞 빈 의자
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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