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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휴식

by 류.. 2006. 3. 26.

         


        남해, 앵강만이 내려다보이는
        월포언덕 위 오막살이 집 하나,
        애초, 아무 것도 내 것이 아니었던 그것
        그러나 잠시 내 것이었다네
        1박에 4만원 일수로 빌려 소유했다네

        휴식은, 빈 의자 등받이에
        세상의 찌든 때를 닦던
        푸른 수건 하나 걸어두고
        유유자적 바라보는 일에 불과하지만
        동터오는 새벽이나 해질 무렵
        언젠가 만선의 황포 돛단배로
        목터져라 내 이름 부르며
        그 언덕으로 돌아올 그대를
        기다리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네

        그러나 다시 나의 휴식은
        빈 의자를 오래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
        그 뿐이었다네
        비워 둔 의자에 마음을 심는 일이
        얼마나 사무치는 일인지
        오래 전 그대의 손을 잡고
        매기의 추억을 노래하던 그것 외에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게 없던
        그날 그 언덕
        이제 다시 그리움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오막살이 집 앞 빈 의자     

         

         

         

        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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